반환점을 돈 국민의당 8ㆍ27 전당대회 당 대표 선거가 ‘안철수 때리기’에 여전히 함몰되고 있다. 안철수 후보는 17일 진행된 2차 TV 토론회에서도 서울시장 후보 차출론과 캠프 핵심 관계자의 선거부정 의혹 등에 대해 모호한 답변을 이어갔고, 경쟁 당권 주자들은 이를 기다렸다는 듯 문제 제기하는 데 집중했다.
2차 토론회는 초반부터 안 후보 측의 선거부정 의혹 제기로 달아올랐다. 천정배 후보는 이날 TV조선 ‘이것이 정치다’ 프로그램에서 진행한 토론회에서 안 후보 캠프의 총괄본부장인 문병호 전 의원 등 측근들이 전날 인천시청에서 안 후보에 대한 지지를 호소한 것부터 문제 삼았다. 그는 “안 후보 측의 행동은 구태 정치 중의 구태 정치이자 명백히 금지된 선거운동이고 줄 세우기, 계파정치”라며 “안 후보가 당 대표 선거에서 당선돼도 (당선) 무효 여부를 가려야 하는 사안”이라고 거칠게 몰아붙였다.
안 후보는 자신이 지시하지 않은 일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지지자들의 의욕이 앞서 한 일”이라며 “당 선거관리위원회에서 엄정하게 처리할 것이고 다시는 그런 일이 없게 만들겠다”고 답했다. 이에 천 후보가 “최측근이 한 일도 사전에 보고받거나 소통하지 않는거냐”라고 지적했지만, 안 후보는 “(내가) 후보라 전국 각지에서 선거운동을 하고 있다. 향후 당 선관위 조치에 따르겠다”는 원론적 답변만 이어갔다. 국민의당 선거관리위원회는 이와 관련 문 전 의원 등 연루자 9명에 대해 주의 및 시정명령 조치를 내리고, 서면으로 경고장을 보내기로 결정했다.
안 후보에 대한 공세는 이미 불 붙은 내년 지방선거 서울시장 후보 차출론으로도 이어졌다. 이언주 후보는 안 후보를 향해 “국민과 당원이 알고 싶은 것은 서울시장에 출마를 할거냐 안 할거냐 여부다. 저는 안 후보를 굉장히 좋아해서 대선 때도 지지했지만 아쉬운 것 중 하나가 문제에 대한 입장이 명확하지 않은 게 많다는 것”이라며 “’당에서 요구하면 얼마든지 나가겠다’고 말해줬으면 하고 기대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구체화된 공세에도 안 후보는 “당을 위해 어떤 것도 하겠다”는 기존 입장을 유지하며 명확한 답변을 피했다.
정동영 후보는 안 후보의 과거 발언을 문제 삼았다. 그는 안 후보가 ‘대선패배와 제보조작의 책임을 지기 위해 출마한다’고 말한 것에 대해 “책임을 진다는 것은 상대방이 원하는 방식과 내용대로 책임을 지는 것”이라며 “상대방 의사와 상관없이 당사자가 얘기하는 것은 앞뒤가 안 맞는다”고 꼬집었다. 이어 그는 “(일본의) 아베 총리가 100억원을 냈으니 책임을 다 했다고 하는 것이나 박근혜 전 대통령이 감옥에서 나와서 ‘억울하다, 책임을 지기 위해 대표 출마한다’고 하는 것과 인상이 비슷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재호 기자 next88@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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