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킨집 등 “늦는다고 따졌더니
싫으면 그만두라며 배짱 행태”
대행업체 “배달원에 막말ㆍ욕설
주인 행세하며 지나치게 닦달”
감정싸움 커지며 주먹질까지
양측 다툼에 낀 소비자만 피해
서울 동작구 사당동에서 치킨집을 하는 박모(30)씨는 배달대행업체 S사와 최근 사이가 완전히 틀어졌다. 평소 S사 사장과 배달원의 곱지 않은 말과 태도에 불만이 쌓였는데 얼마 전엔 말다툼이 주먹질로 번져 경찰서까지 다녀온 것. 박씨는 “배달이 늦어지거나 하면 항의를 할 수밖에 없는데 배달업체는 ‘싫으면 관두라’는 식으로 반응하기 일쑤“라며 “배달원을 직접 고용할 수 없는 처지라 울며 겨자 먹기로 배달업체를 이용한다”고 한탄했다.
인건비를 조금이라고 아끼겠다며 배달업체에 배달을 맡기는 음식점이 늘면서 둘 사이 다툼이 잦아지고 있다. 배달업체가 한꺼번에 여러 음식점 주문을 받아 배달하다 보니 아무래도 서비스나 배달 속도 등이 뒤쳐질 수밖에 없는 상황. 이 과정에서 배달 지연 등이 생기다 보니 양측이 감정싸움으로 부딪히는 일이 다반사다.
일단 음식점 사장들은 배달업체가 ‘갑(甲)’인양 행세하는 게 불만이다. 음식이 식기 전에 최대한 빨리 배달을 해줘야 하는 게 당연한 일인데, 주문이 밀린다는 이유로 늦게 배달을 하고도 ‘어쩌라는 거냐’는 식이라는 것이다. 닭갈비집을 운영하는 유모(39)씨는 “1시간 넘게 걸려서 음식이 도착했다는 항의 전화가 와 배달업체에 얘기를 해도 ‘나는 모르는 일’ 수준으로 답한다”며 “‘그래 봐야 너희들은 배달업체를 이용할 수밖에 없는 것 아니냐’는 배짱을 부린다”고 했다. 삼겹살가게 사장 오모(46)씨는 “배달업체가 잘못을 해도 고객 항의는 고스란히 음식점이 받게 되는데 ‘나 몰라라’ 하는 일을 당하면 분통이 터질 수밖에 없다”고 했다.
배달업체는 오히려 음식점이 주인 행세한다는 입장이다. ‘음식 배달이 왜 이렇게 늦느냐’ ‘주문 고객에 대한 서비스가 엉망이다’는 식으로 배달원에게 욕설과 막말을 하기 일쑤라며 “배달원들 하대하는 모습이 가관”이라고 꼬집는다. 배달업체를 운영하는 이모(39)씨는 “‘내 돈 내고 배달해 달라는데 왜 그것밖에 못하냐’고 아랫사람 대하듯 막말을 하는 통에 말싸움까지 가는 것”이라고 말했다. 음식점 주인들 닦달에 못 이겨 배달 속도를 무리해 단축하려다 사고가 벌어진다는 것도 불만 중 하나. 한 배달업체 대표는 “한 달에 평균 10건 이상 사고가 난다”고 하소연이다.
피해는 고스란히 소비자 몫이다. 업체 배달원이 음식점 주인에게 기분이 상하면, 소비자에 대한 불친절로 이어지고, 다시 고객이 음식점에 항의하는 악순환이 이어질 수밖에 없다. 서로 감정싸움을 하느라 고객 항의가 들어와도 상대에게 책임을 떠밀 뿐 피해 보상 등 소비자 입장은 뒷전으로 밀리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곽주현 기자 zoo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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