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일 미국 버지니아주 샬러츠빌 백인우월주의 집회에 대항해 맞시위를 벌이다 살해당한 헤더 하이어(32)의 추모식이 16일 오전(현지시간) 샬러츠빌 패러마운트센터에서 열렸다. 이 자리에서 하이어의 모친 수전 브로는 사회활동가로서 하이어의 삶을 지지하고 참석자들에게 딸의 유산을 이어가 달라는 연설로 기립박수를 받았다.
브로는 참배객들을 향해 “그들(백인우월주의자)은 내 자식을 죽여 입을 막으려 했다. 글쎄, 지금 오히려 그 목소리를 키운 것 같다”고 말했다. “이것(헤더가 추구한 것)이 죽지 않고 확산되길 바란다. 헤더가 남긴 유산은 끝이 아니고 시작일 뿐이다. 당신들 가슴 속에서 책임감이라는 작은 불꽃을 발견하길 바란다. 이 세계를 더 나은 곳으로 만들기 위해 할 수 있는 일이 있는가 (질문하길 원한다).”
브로의 남편이자 헤더 하이어의 부친 마크 하이어는 ‘용서’와 ‘증오 멈추기’를 주제로 삼았다. 그는 딸이 “증오를 없애길 원했다”며 “세계는 이 모든 폭력을 멈추고 서로를 용서해야 한다”고 말했다. 마크는 훌쩍이며 “어떤 아버지도 이런 일을 당해선 안 된다”고 하면서도 굳건하게 추모 연설을 마쳤다. “신은 우리가 멈추고 서로를 사랑하기를 원한다. 이 자리에 와서 이 방의 무지개처럼 다양한 색채에 완전히 압도됐다. 어쩌면 그게 바로 헤더였다. 당신들이 누구인지, 어디서 왔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딸은 당신들을 사랑했고, 그거면 됐다. 그걸로 나는 딸이 정말 자랑스럽다.”
하이어는 샬러츠빌에 있는 ‘밀러 로 그룹’에서 일하던 변호사 보조원으로 집회 전날인 11일 반파시스트 집회에 나서기로 결심한 것으로 알려졌다. 동료 직원이자 친구인 빅토리아 잭슨은 “헤더가 반대시위 전날까지 시위자들이 폭력적인 행동을 할까 걱정했지만 그래도 가야 한다고 했다”고 말했다. 이날 추모식에는 테리 매컬리프 버지니아주지사와 팀 케인 상원의원 등이 참석해 헤더 하이어의 가족과 친구를 위로했다. 이어 16일 저녁 인근 버지니아대학에서는 하이어를 위한 촛불 추모회가 열렸다.
인현우 기자 inhy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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