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추행ㆍ정서적 폭력 뒤이어
“아동기 학대ㆍ애정결핍이 영향”
남성 10명 중 8명은 데이트폭력을 휘두른 경험이 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이들 대다수는 옷차림을 간섭하거나 휴대폰을 점검하는 등 사랑이라는 허울 아래 상대의 행동을 통제한 것으로 드러났다.
한국형사정책연구원이 최근 발간한 형사정책연구에 실린 ‘성인의 데이트폭력 가해 요인’에 따르면, 이성교제 경험이 있는 19~64세 남성 2,000명 중 1,593명(79.7%)이 연인에게 한 번이라도 폭력을 행사한 적이 있다고 답했다.
유형별(복수 응답)로 따지면 ‘통제행동’(71.7%)이 가장 많았다. 연인의 옷차림을 제한하거나 휴대폰 이메일 블로그 등을 검열하는 식이다. 또 ▦가족과 친구로부터 고립시키거나 동아리 등 모임 활동을 못하게 참견 ▦상대방이 받지 않으면 통화가 될 때까지 계속 전화 ▦일정을 통제하고 간섭 ▦누구와 함께 있는지 항상 확인 ▦다른 이성을 만나는지 의심하는 행위 등이 포함됐다.
논문을 쓴 홍영오 형사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통제행동의 비율이 가장 높은 것은 남성들이 이를 폭력으로 인식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것을 뜻한다”며 “아직도 많은 남성에게 가부장적 태도가 남아있다는 것을 시사한다”고 풀이했다.
통제행동에 이어 성추행(37.9%), 심리적ㆍ정서적 폭력(36.6%), 신체적 폭력(22.4%), 성폭력(17.5%), 상해(8.7%) 순으로 집계됐다. 상대방에게 욕이나 모욕적인 말을 하는 걸 지칭하는 심리적ㆍ정서적 폭력을 세분화하면 ▦화가 나서 발을 세게 구르거나 문을 세게 닫은 적이 있다(23.1%) ▦위협을 느낄 정도로 고함을 지른 적이 있다(18.9%) ▦상대방을 괴롭히기 위해 악의에 찬 말을 한 적이 있다(18.7%) ▦욕을 하거나 모욕적인 말을 한 적이 있다(18.5%) 등이다.
특히 ‘경계선 성격장애’(애정결핍으로 인한 대인관계 및 정서 불안정), 성장기에 부모의 폭력 목격 또는 아동학대 피해 경험, 연인 간 큰 나이 차 등이 정서적 폭력을 가한 요인으로 꼽혔다. 홍 연구위원은 “폭력은 어떤 상황에서도 사용해서는 안 된다는 비폭력 교육이 어린 시절부터 이뤄져야 한다”며 “성장기 경험이 가해 행동으로 발전되지 않도록 어린이나 청소년에 대한 관심과 적절한 지원 대책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박지연 기자 jyp@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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