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재 감독(52)이 이끄는 한국 남자 농구 대표팀이 근래 보기 드문 화끈하고도 폭발적인 경기력으로 농구가 국기인 필리핀을 충격에 빠트렸다.
국제농구연맹(FIBA) 랭킹 30위 한국대표팀은 17일(한국시간) 레바논 베이루트에서 열린 2017 FIBA 아시아컵 8강전에서 필리핀(27위)을 상대로 118-86 완승을 거뒀다. 필리핀이 자랑하는 가드 테렌스 로메오(22점)가 분전했지만 여기저기서 터지는 한국의 외곽포에 속수무책이었다.
대표팀은 이날 3점슛 21개를 던져 16개를 꽂았다. 76.2%의 경이적인 성공률이다. 국내 리그에서 3점슛 성공률 22.6%에 그쳤던 최준용(SK)과 17.7%의 박찬희(전자랜드)까지 터질 정도로 미국프로농구(NBA) 최강 팀 골든스테이트 워리어스 부럽지 않은 화력이었다.
또 가드 김선형(SK)은 필리핀의 가드진보다 빠르고 화려한 농구로 21점 4어시스트 3스틸을 기록, 상대한테 한 수 가르쳤다. 간판 빅맨 오세근(KGC인삼공사)은 22점 5리바운드로 굳건히 중심을 잡았고, 김종규(LG)는 고공 농구로 15점을 넣어 상대의 기를 눌렀다.
이번 대회 조별리그에서 중국을 잡고 3연승 신바람을 냈던 필리핀은 이날 완패로 충격에 빠졌다. 필리핀 현지 언론 Inquirer는 “한국의 뜨거운 슈팅이 필리핀의 심장을 무너트렸다”고 전했고, ABS-CBN NEWS는 “무자비했던 한국이 필리핀을 제거했다”고 보도했다.
2013년 이후 4년 만에 4강에 오른 한국 농구는 20일 아시아 최강 팀 이란(25위)과 결승 진출 티켓을 놓고 맞붙는다. 이란은 FIBA 아시아 랭킹 1위 자리를 중국(14위)에 내줬지만 여전히 아시아 최강으로 불린다.
이란은 이번 대회에서 인도, 시리아, 요르단과 조별리그에서 모두 10점 차 이상 승리를 거두며 8강에 진출했다. 8강전에서는 홈팀 레바논을 10점 차로 누르고 준결승에 올랐다. 이란의 중심은 NBA 출신 하메드 하다디(218㎝)다. 하다디는 이번 대회 4경기에 모두 출전해 평균 18점 11리바운드 7어시스트로 활약을 이어가고 있다.
대표팀은 이란을 만날 때마다 제공권 싸움에서 열세를 보였다. 2016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출전권이 걸려있던 2015년 10월 아시아컵 8강전에서는 이란에 리바운드 44개를 헌납하며 62-75로 졌다. 당시 한국의 팀 리바운드 개수는 이란의 절반 정도인 24개였다.
대표팀은 오세근과 김종규, 이종현(모비스)에게 골 밑을 맡기면서 최고조에 달한 외곽에서 승부를 보는 공격적인 농구로 이란을 넘는다는 각오다.
김지섭기자 oni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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