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적인 ‘친박’ 인사로 꼽히는 정찬우 한국거래소 이사장이 17일 금융당국에 사의를 표명했다. 금융권은 정 이사장의 사의 표명을 친박계 금융기관장 물갈이의 신호탄으로 여기는 분위기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이날 “정 이사장이 한국거래소에 중도 사퇴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며 “이에 따라 조만간 한국거래소는 임원추천위원회를 열고 후임자 선출 작업에 착수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10월 거래소 이사장에 취임한 정 이사장은 임기(2019년 9월30일)를 2년 1개월 앞두고 중도 사퇴하는 셈이다. 새 정부 출범 이후 정찬우 이사장은 교체 1순위 대상으로 꼽혀 왔다. 한국거래소는 금융 공공기관은 아니지만 금융위원회의 경영평가를 받는다. 대표적인 ‘친박’ 인사로 꼽히는 그는 18대 대통령직인수위 전문위원을 거쳐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을 지냈다. 때문에 지난해 9월 정찬우 이사장이 한국거래소 이사장 최종 후보로 결정됐을 때 낙하산 논란이 거세게 일었다.
부위원장 재직 시절엔, 최순실씨의 딸 정유라씨를 도운 임원을 승진시키라고 KEB하나은행에 압력을 행사했다는 의혹을 받아 검찰 조사 선상에 오르기도 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정 이사장의 사퇴는 원래 예정된 수순이었다”며 “당초 새 정부 출범 이후 바로 사표를 낼 예정이었지만 당시 후임자가 정해질 때까지 자리를 지키는 게 낫겠다는 임종룡 전 위원장의 조언에 따라 어쩔 수 없이 자리를 지키고 있었던 걸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정 이사장은 이날 임직원들에게 보낸 메일에서 “새 술을 새 부대에 담아야 한다는 소신에 따라 한국거래소를 떠나려 한다”며 “다만 업무공백을 최소화하기 위해 새로운 이사장께서 선임될 때까지 소임을 충실히 수행하겠다”고 말했다.
정 이사장의 사퇴를 계기로 금융권 공공기관 수장들의 거취에 적잖은 변화가 예상된다. 작년 2월 취임해 임기를 2년 가까이 남겨 둔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도 취임 당시 친박 계열로 분류됐던 인사다.
거래소는 조만간 이사후보추천위원회를 꾸리고 공모 절차에 들어갈 방침이다. 거래소 이사장은 사외이사 5명, 금융투자협회 추천 2명, 주권상장법인 대표 2명 등으로 구성된 이사후보추천위원회의 추천을 받아 주주총회에서 선임한다.
김동욱 기자 kdw1280@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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