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정지원 통한 간선제 유도 안해”
상당수 대학 직선제 전환 가능성
“정권 입김 작용 교육부 승인 과정
장관 제청권도 개선돼야” 지적
김상곤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17일 “국립대 총장 후보자 선출에 있어서 대학의 자율권을 보장하겠다”고 공식화했다. 국립대 총장 직선제 확대 물꼬가 터질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근본적으로 정권 입맛에 따라 총장 선출을 좌우할 수 있는 제도를 바꿔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 부총리는 이날 부산대에서 열린 고(故) 고현철 교수의 2주기 추도 행사에 참석, “대학이 구성원들의 의견을 모아 자율적으로 후보자 선정방식을 결정할 수 있도록 하고 정부가 각종 재정지원 사업을 통해 간선제를 유도하는 방식도 폐지하겠다”고 밝혔다. 또 “(총장) 장기 공석으로 고통 받는 대학에 대해서는 그간의 얽힌 분쟁과 갈등을 정리하고 대학 구성원들의 의견과 뜻을 모아 총장이 임명될 수 있도록 신속히 절차를 밟겠다”고 말했다.
이명박, 박근혜 정권에서 교육부는 국립대들에 재정지원 압박을 내세워, 총장 직선제를 폐지하도록 유도해왔다. 고현철 교수는 2015년 부산대도 총장 직선제를 폐지하기로 하자 이에 반발, 학교 본관에서 투신해 숨졌다. 이후 부산대는 총장 직선제를 유지하기로 했으며, 교수들이 돈을 모아 정부의 재정지원 사업에서 탈락한 금액을 충당했다. 부산대는 현재 국립대 중 유일하게 총장직선제를 유지하고 있다.
현행법에 따르면 국립대는 총장을 직선제, 간선제 중에서 고를 수 있다. 교육공무원법에 따라 각 대학이 구성원 대표 등으로 이뤄진 총장임용추천위원회를 통해 선정(간선제)하거나 구성원의 투표 등을 통해 후보를 선출(직선제)한 뒤, 교육부장관이 인사위원회 자문을 얻어서 제청하면 대통령이 임명한다.
때문에 법이 보장한 직선제를 교육부가 폐지하도록 압박하면서, 대학가에서는 자율성 침해 논란이 심각하게 일었다. 직선제로 총장을 선출하는 대학에서 구성원 간의 파벌 갈등 등 문제가 심각하다는 것이 교육부가 내건 이유였으나, 정부 비판적인 인사가 총장이 되는 것을 막기 위한 것이었다는 해석이 많았다. 실제 간선제로 선출한 1순위 후보도 교육부가 뚜렷한 이유 없이 임용을 거부해 공주대, 경북대, 한국방송통신대 등에서 장기간 총장 공백 사태가 발생하고 교육부를 상대로 법정싸움까지 진행됐다. 공주대는 3년 반 가까이 총장이 없다.
김 부총리가 자율화 방침을 공언하면서 교육계에서는 내년에 총장 임기가 끝나는 군산대, 목포대, 제주대 등을 시작으로 상당수 국립대가 직선제를 실시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정부와 갈등을 겪어온 대학들은 자율화 방침이 단순 선언으로만 그쳐서는 안되며, 교육부가 총장 선출을 좌지우지할 수 있는 현행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손수진 공주대 교수협회장은 “장관 제청을 법으로 정해둔 상황에서 교육부가 인사위원회를 구실로 너무 정치적으로 판단한 경향이 있다”며 “정권 입김이 작용할 수 있는 교육부의 총장 승인 과정이나 장관의 제청권도 함께 개선 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교육부 관계자는 “당초 부총리의 부산대 방문에 맞춰 개선 방안을 발표할 예정이었으나 고려할 사항이 많아 미뤄지고 있다”며 “법 개정 등에 대해서는 아직 입장을 밝히기 어렵다”고 말했다.
조원일 기자 callme11@hankookilbo.com
신지후 기자 ho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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