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들이 개발한 가상화폐에 투자하면 100배 이상 돈을 벌게 해준다고 속여 200억원에 가까운 투자금을 빼돌린 일당이 경찰에 붙잡혔다. 피해자 대부분은 가상화폐에 대한 정보가 어두운 50, 60대로 사기 일당의 달콤한 말을 철석같이 믿었다가 낭패를 당한 것으로 파악됐다.
서울경찰청 사이버안전과는 가상화폐개발업체 대표 정모(58)씨와 개발자 겸 대표 박모(48) 씨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 등 혐의로 구속했다고 17일 밝혔다. 또 다른 개발자 박모(41)씨와 가상화폐 거래소장 문모(36)씨 등 나머지 직원 6명은 불구속 입건됐다.
경찰에 따르면 정씨 등은 4월부터 8월까지 비트코인을 모방한 가상화폐(1개 3원)에 투자하면 100배 이상의 고수익을 올릴 수 있다면서 투자자를 모았다. 서울과 대전 전주 등 대도시 12곳에 가상화폐거래소 사무실을 차리고 투자설명회를 여는 식이었다. 경찰은 “비트코인 가격이 최근 1년 사이 10배나 오르면서 투자자가 많이 몰린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일당은 투자설명회에서 자신들이 개발한 가상화폐에 투자하면 원금 손실이 발생할 일은 절대 없고 오직 시세 상승만 있을 뿐이라고 꼬드겼다. 인터넷 포털 업체 등 대기업에서 투자하고 있다고도 속였다. 이후 다단계 방식으로 투자자를 끌어 모았는데 피해자는 50대 이상이 많았던 것으로 조사됐다. 일당이 이들로부터 투자금 명목으로 받아 가로챈 돈은 약 191억원. 피해자 중에는 퇴직금과 대출금까지 쏟아 부은 사람도 있었다.
특히 이들은 자체 개발한 가상화폐가 한국은행과 금융당국으로부터 인증 받았고 은행과 쇼핑몰 등에서 현금처럼 사용할 수 있다고 속인 것으로 확인됐다. 실제로는 시중에서 전혀 사용할 수 없었다. 설명회 주변 커피숍에서 실제 코인을 사용해 결제하는 모습을 보여줬지만, 이는 사전에 미리 대금을 지불해 놓은 눈속임이었다. 1양(1조의 1만 배)개에 달하는 암호가 24시간 동안 계속 새롭게 생성되는 보안 프로그램이 작동돼 해킹 자체가 불가능한 안전한 화폐이고, 세계 126개국에 특허 출연한 전문 기술이라는 이들의 주장 역시 거짓이었다. 경찰 관계자는 “가상화폐가 가치를 지니려면 시중에서 현금으로 환전돼야 하는데 이들이 판매한 가상화폐는 전산상 숫자에 불과했다“고 말했다.
이상무 기자 allclear@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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