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출입 모든 기자 참석
박근혜 전 대통령을 제외하면 역대 대통령들도 대부분 취임 100일 즈음 기자회견을 열고 임기 초반 국정 성과와 향후 5년 국정 운영 방향을 설명했다. 기자회견 장소는 청와대 춘추관(春秋館)이 주로 활용됐다. 문재인 대통령이 17일 청와대 영빈관(迎賓館)에서 역대 최초로 기자회견을 열고 구중궁궐의 속내를 공개한 것과 비교된다.
취임 100일 전후로 기자회견을 연 김영삼, 김대중, 노무현, 이명박 전 대통령과 달리 박근혜 전 대통령은 100일 기자회견을 생략했다. 당시 청와대는 박 전 대통령이 정치적 이벤트를 선호하지 않고, 북한의 도발로 국정이 정상궤도에 오르지 않았다는 점 등을 이유로 꼽았다. 대신 박 전 대통령은 청와대 녹지원으로 출입기자단을 초청해 오찬을 가졌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취임 116일째인 2008년 6월 19일 춘추관에서 기자회견을 가졌다. 광우병 파동으로 국민 여론이 들끓던 상황에서 열린 기자회견은 미국산 쇠고기 수입에 대한 대국민 사과에 가까웠다. 이 전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시급한 현안이라도 국민들이 결과를 어떻게 받아들일지 잘 챙겨봤어야 했다”며 “뼈저린 반성을 하고 있다”고 고개를 숙였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취임 100일 이틀 전인 2003년 6월 2일 춘추관에서 내외신 기자들의 질문에 답했다. 노 전 대통령은 특히 기자들과 자유롭게 일문일답을 나눴다. 이명박ㆍ박근혜 정부에서 사전에 질문을 취합한 뒤 회견을 진행한 것과 대조된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1998년 5월 10일 여의도 MBC에서 750명의 시민이 참여한 가운데 생방송으로 ‘국민과의 대화’를 가졌다. 김 전 대통령은 오후 7시부터 2시간 동안 생방송으로 진행된 행사에서 방청객 질문을 직접 받고 국정현안에 대해 답했다. 김영삼 전 대통령도 취임 99일인 1993년 6월 3일 춘추관에서 기자회견을 가졌다. 당시 북한이 핵확산금지조약(NPT) 탈퇴를 선언하고 ‘서울 불바다’ 발언을 하는 등 1차 북핵 위기가 불거진 터여서 김 전 대통령도 대북구상을 밝히는 데 주력했다.
이처럼 역대 대통령이 주로 청와대 기자실이 있는 춘추관에서 기자회견을 연 것과 달리 문 대통령은 이례적으로 영빈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영빈관은 대규모 행사와 외국 국빈 방문 행사를 여는 곳이다. 200여명에 달하는 기자를 모두 수용하기에 춘추관 브리핑룸은 다소 좁다는 게 청와대의 설명이다. 기존 기자회견에서 참석 규모를 조율했던 것과 달리 이날은 청와대 출입 모든 기자들이 참석 가능하도록 인원 제한을 두지 않았다.
정지용 기자cdragon25@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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