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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영화계, 여성 폭력에 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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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영화계, 여성 폭력에 운다

입력
2017.08.17 08: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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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스포츠경제 양지원] 영화계가 여성 폭력으로 얼룩졌다. 여성 폭력을 미화한 영화 ‘토일렛’부터 김기덕 감독의 여배우 폭행 논란이 불거지며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이달 개봉을 앞둔 ‘토일렛’은 자극적인 홍보 문구와 소재로 대중의 질타를 받았다. 지난 10일 첫 보도자료 배포 당시 ‘대한민국을 충격에 빠트렸던 강남역 여자 화장실 살인사건을 모티브로 한 영화’라는 소개가 원인이었다. 또한 “모든 것은 우발적이고 즉흥적인 분노 때문이었다. 완전 범죄를 꿈꾼 그 곳”이라는 자극적인 문구를 덧붙여 논란을 키웠다. 심지어 영화의 제목부터 화장실을 뜻하는 ‘토일렛’으로 강남역 여자 화장실 살인사건을 떠오르게 했다.

강남역 살인사건은 지난해 5월 강남역 인근 한 건물의 화장실에서 피해자 여성이 아무런 이유 없이 ‘묻지마 살인’을 당한 사건이다. 당시 국민들은 충격과 분노에서 쉽게 빠져 나오지 못했고, 강남역 10번 출구에는 희생자를 추모하는 내용이 담긴 수 천 장의 포스트잇이 붙었다.

‘토일렛’을 향한 대중의 비난이 거센 건 어쩌면 당연한 결과였다. 고작 채 1년 밖에 안 된 사건을 영화화하며 피해자 유가족의 마음을 전혀 배려하지 않아 비난을 사고 있다. 또한 모방 범죄를 야기할 수 있고, 이 같은 사건을 경솔하게 영화화해 자극적인 홍보 문구를 사용했다고 지적하며 상영을 반대한다는 목소리를 높였다.

‘토일렛’을 연출한 이상훈 감독과 홍보사 측은 사태 진압에 나섰지만 논란은 쉽게 식지 않고 있다. 이 감독은 자신의 SNS에 “강남역 사건과는 전혀 무관하다. 가해자를 두둔하거나 감싸는 영화는 더더욱 아니다”라는 글을 올리며 해명했다. 홍보사 목요일 측은 ‘강남역 사건’도 소재들 중에 포함 돼 있었으나 이 외에도 사회적 문제로 거론되는 다양한 흉악범죄들에 대한 검토가 있었다고 밝혔다. “보도자료 본문 내용에 기획의도를 담고, 보도자료의 메인 카피를 정하던 중, 여러 소재 중 하나인 해당 사건을 언급하게 됐다”며 “하지만 본 작품의 홍보 방향이 특정 사건을 이용한 노이즈 마케팅이 아니었다. 작품의 내용도 ‘강남역 사건’뿐 아니라 소재로 언급 된 일련의 사건과도 전혀 상관이 없음을 말씀 드린다”고 거듭 강조했다.

물론 감독과 홍보사의 주장대로 영화는 강남역 살인사건과 전혀 무관할 수 있다. 하지만 영화를 소개하는 과정에서 굳이 여성 폭력을 떠올리게 하는 자극적인 문구를 써야 했는지 의문이다. 홍보사의 해명대로 영화를 위한 노이즈 마케팅이 아니었다면, 사회적 문제로 떠오르는 여성 폭력에 대해 별 다른 인지를 하지 못한 것으로 해석된다. 그 동안 수 없이 많은 영화들이 여성 폭력, 살인 등 자극적인 소재를 주로 활용해왔기에 ‘토일렛’ 측 역시 무분별한 홍보 방식을 택했을 것이라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최근 불거진 김기덕 감독의 여배우 폭행 논란 역시 빙산의 일각에 불과한 여성 폭력의 심각성을 보여주는 사례다. 여배우 A모씨는 2013년 영화 ‘뫼비우스’촬영 당시 김 감독에게 폭행과 베드신 강요를 당했다고 폭로해 논란이 일었다. A씨는 전국영화산업노조의 도움을 받아 김 감독을 폭행 및 강요 혐의로 경찰에 고발했다. 전국영화산업노조와 여성영화인모임, 한국독립영화협회 등으로 구성된 김기덕 사건 공동대책위원회까지 마련됐다. 이들은 영화계 내 여성 폭력 근절을 주장하며 “그 동안 지속된 영화계의 관행이다”고 지적했다.

배우 이영진의 폭로 역시 이 논란에 불을 지폈다. 이영진은 최근 방송된 온스타일 ‘뜨거운 사이다’에 출연해 “한 영화 촬영을 앞두고 감독에게 가장 많이 들었던 말이 ‘여자는 자고 싶어야 돼’라는 이야기였다. 마치 다른 능력은 이걸 갖춘 다음인 양 그렇게 말했다”고 폭로했다.

이처럼 영화계의 여성폭력 논란이 최근 들어 봇물처럼 터져 나오고 있다. 사실 영화계는 그 동안 여성을 성적 대상화하며, 폭력을 소재로 삼고, 인권을 침해하는 것을 일종의 ‘관행’으로 여기며 지속해왔다. 오랫동안 묵혀둔 ‘썩은 관행’이 이제야 수면 위로 드러난 셈이다. 영화계에서 자행된 여성 폭력 관행이 뿌리를 뽑을 수 있을지, 대책이 마련될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사진='토일렛' 포스터·OSEN

양지원 기자 jwon04@spor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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