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샬러츠빌 사태에도 극우 인종주의를 적극 비판하길 거부하고 양비론을 펴자 지지세력이 빠르게 이탈하고 있다. 기업자문단은 자진 해체를 선언했고 공화당 주요 의원들도 트럼프 지지를 거부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16일(현지시간)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주요 기업 최고경영자(CEO)로 구성된 대통령 자문단인 제조업자문위원단(AMC)과 전략정책포럼(SPF)을 해체하겠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이 사실상 극우 인종주의 집단을 옹호했다는 여론에 따라 기업인들이 자문단에서 대거 이탈했기 때문이다. 전날까지만 해도 이탈자들을 “특별 관객(Grandstander)”이라 칭하며 “대체인원은 얼마든지 있다”던 태도와는 정반대다.
미국 일간지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와 관련, “전략정책포럼의 의장 역을 맡은 스티븐 슈워츠먼 블랙스톤 CEO가 소속 경영인 다수의 동의를 얻어 해체를 결정하고 16일 트럼프 대통령에게 전화로 통보했다”고 전했다. 기업인들에게 버림받는 그림을 우려한 트럼프 대통령이 마치 자신이 먼저 자문단의 해체를 결정한 양 트위터에 공개한 셈이다.
공화당 분위기도 얼어붙은 지 오래다. 미치 매코널 공화당 상원 원내대표는 이날 자신의 지역구인 켄터키주 렉싱턴에서 백인우월주의 집회가 열린다는 보도가 나오자 “인종 증오 이데올로기는 관용할 수 없다”며 “좋은 신나치주의자는 없다”는 성명문을 냈다. 두 전직 대통령인 조지 H.W. 부시, 조지 W. 부시 부자도 “미국은 언제나 인종 편견과 반유대주의, 모든 증오를 거부해야 한다”는 성명을 냈다. 친(親)트럼프 성향 언론인 폭스뉴스의 진행자 셰퍼드 스미스는 “우리의 뛰어난 섭외팀조차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을 방어하겠다는 공화당 의원을 한 명도 구할 수 없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군부도 인종주의를 비판하며 사실상 트럼프 비판에 가세했다. 마크 밀리 미국 육군참모총장은 트위터를 통해 “육군은 군 내의 인종주의, 극단주의, 증오를 수용하지 않는다”며 “1775년부터 우리가 수호해 온 가치에 반하는 일”이라고 주장했다. 로버트 넬러 해병대 사령관 역시 “해병대 내에 인종 증오와 극단주의의 자리는 없다”고 선언했다. 데이비드 셜킨 보훈장관도 기자회견을 통해 “신나치를 내버려두는 것은 미군 참전 용사들에게는 굴욕적인 일”이라고 주장했다.
남아메리카를 순방 중인 마이크 펜스 부통령은 혼란을 진화하고자 순방을 예정보다 일찍 마치고 17일 귀국하기로 했다. 펜스 부통령은 16일 칠레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트럼프 대통령 발언에 대한 입장을 묻자 “트럼프 대통령은 이 비극에 분명한 입장을 취했고 나 역시 그렇다”며 “이 입장을 지지한다”고 말했다.
인현우 기자 inhy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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