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손으로 식판을 들고 다른 한 손은 음식을 담는다. 회의 시작 전 자신의 커피잔에 커피를 따르고 직접 벗은 재킷은 의자 등받이에 걸쳐둔다. 지극히 평범한 행동이 화제가 된 것은 그가 대통령이기 때문만은 아니다. 탈 권위주의적이며 소탈한 그의 행보는 매번 예상을 뛰어넘었고 대통령의 인간적인 모습에 국민은 열광했다.
사실 문재인 정부의 100일은 순탄치 않았다. 계속되는 북한의 도발과 사드(TTHAD) 갈등 등 외교안보 현안은 산적했고 인사 파문이나 국회와의 협치를 둘러싼 잡음도 끊이지 않았다. 그럼에도 국정지지도는 100일 내내 70%를 웃돌았다. 대통령의 감성적인 소통 노력에 국정농단으로 상처 받은 국민의 응원이 더해진 덕분으로 해석된다. 한 사람이라도 더 만나느라 ‘손이 열 개라도 모자랄 판’이었던 문 대통령의 100일을 그의 손을 통해 되돌아 봤다.
#낮은 자세로… 겸손한 손
문 대통령이 취임 이튿날 재킷을 벗겨주려는 청와대 직원의 손을 거절한 일화는 유명하다. "이 정도는 내 손으로 할 수 있습니다"로부터 그의 탈 권위 행보는 시작됐다. 대통령이 구내 식당에서 줄을 서서 배식을 받거나 손수 커피를 따르는 정도는 이제 흔한 장면에 속한다. 7월 19일 여야 대표 초청행사에 앞서 직원들이 탁자를 옮기려 하자 대통령이 손을 보태는 모습도 포착됐다. 같은 달 27일엔 기업인들을 초청해 ‘노타이’ 차림으로 직접 생맥주를 따르며 건배를 제의했고 기업인들은 권위를 벗어 던진 대통령과 허심탄회한 대화를 나눴다.
대통령의 겸손한 손은 의전의 경직된 틀도 깼다. 5월 31일 이낙연 국무총리 임명장 수여식에서 그는 총리와 맞절을 했다. 90도 가까이 허리를 숙인 채 악수를 하며 다른 한 손은 무릎을 짚어 총리보다도 낮은 자세를 취했다. 6월 15일 국가유공자 및 보훈가족 초청행사 때는 미리 마중 나온 대통령의 손을 잡고 일부 참석자들이 감동의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상처 보둠은 손
5ㆍ18 광주민주화운동 기념식에서 가장 진한 감동을 전한 것은 대통령의 두 손이었다. 문 대통령은 아버지에게 보내는 편지를 낭독한 유가족을 끌어안고 위로했다. 예정에 없던 장면을 바라보던 국민들은 함께 눈시울을 붉혔다.
문 대통령은 또, 6월 7일 서울 용산소방서를 찾아 새까맣게 탄 소방관들의 보호장구 앞에 무릎을 꿇고 인력충원과 처우개선을 약속했다. 대통령의 손이 어루만진 건 부상 소방관의 찢어진 장갑뿐 아니라4만5,000 소방공무원의 마음이었다. 8일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 및 가족들에게 공식 사과한 문 대통령은 피해자들의 손을 잡고 “끝까지 책임지겠다”고 다짐했고, 취임 99일째인 16일엔 세월호 참사 피해자 가족 200여명을 청와대로 초청해 정부가 국민 생명을 지키지 못한 데 대해 사과하고 위로했다.
#먼저 건넨 손
취임식 직후 방탄차에서 내려 시민들과 악수하고 ‘셀카’ 촬영에 응하는 대통령의 모습은 박근혜 전 대통령의 불통 이미지와 대비되며 반향을 일으켰다. 그 후로도 공식 방문지든 휴가 차 들른 등산로든 시민들을 향해 다가가는 대통령의 손은 거침이 없다. 일정이 빡빡한 해외 방문 때도 예외는 없었다. 7월 6일 독일에서 메르켈 총리와 회동 후 담장 밖에서 환영피켓을 들고 기다리던 교민들을 발견하고는 100여m를 걸어가 손을 잡았고, 6월 말 방미 때 역시 여러 차례 이동을 멈추고 교민들과 인사를 나눴다. 박 전 대통령이 2014년 북미 순방 당시 교민들의 피켓 시위를 피해 다닌 것과 비교된다.
#국정 의지 굳은 손
국민과의 파격 소통뿐 아니라 적폐청산과 개혁, 안보와 경제 등 정책 수행을 위해 대통령의 손은 바쁘게 움직였다. 6월 말 미국을 방문한 문 대통령은 환영만찬과 정상회담, 기자회견 등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수 차례 악수를 나누며 굳건한 한미동맹을 확인했고 북한의 도발에 대응하기 위해 수시로 전화기를 들었다. 또한, ‘대한민국 일자리 상황판’을 집무실에 설치한 후 손수 시연해 보이거나 어린이들과 함께 고리 1호기 영구정지 버튼을 누르며 탈 핵 및 미래 에너지 정책 수립 의지를 보여주기도 했다.
박서강기자 pindropper@hankookilbo.com
김주영기자 will@hankookilbo.com
사진=청와대사진기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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