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안전자산 선호심리에 고공행진
한때 4,483달러에 거래되기도
시가총액은 넷플릭스에 근접
#2
금 10배 달하는 변동성 단점에도
각국 중앙은행ㆍ정부 간섭 벗어나
“치솟은 가치 급락할 위험 상존”
북미간 긴장 고조로 전세계 자산시장에 지정학적 리스크(위험)가 높아지면서 가상화폐 비트코인의 거래가격도 덩달아 고공행진을 벌이고 있다. 정치ㆍ경제적 위기상황마다 안전자산인 금값이 뛰는 것마냥, 비트코인이 ‘제2의 금’ 같은 지위에 오르는 것 아니냐는 전망도 나온다.
16일 가상화폐 정보업체 코인데스크에 따르면, 지난 15일(현지시간) 장중 한 때 비트코인 가격은 4,483.55달러(약 511만7,300원ㆍ이하 16일 원ㆍ달러 환율 종가 기준)에 거래되며 사상 최고를 기록했다. 비트코인의 시가총액도 한 때 735억5,000만달러(83조9,573억원)까지 늘어났는데, 이는 미국 뉴욕증시의 S&P500지수 종목인 넷플릭스(738억달러), 어도비(736억달러)의 시총에 육박하는 규모다. 세계 최대 온라인 지급결제 업체인 페이팔(698억달러)의 시총을 이미 앞질렀다.
올해 초만 해도 비트코인의 가격은 997.69달러(113만원)에 머물렀다. 하지만 올 상반기 주요국들이 전자화폐를 정식 지급결제 수단으로 인정하고, 비트코인이 부동산과 주식 못지 않은 신종 투자자산으로 각광 받으면서 가격이 꾸준히 오름세를 탔다.
여기에 지난주 불붙은 미국과 북한의 군사적 긴장은 비트코인 가격을 수직상승 시켰다. 한 달 전인 지난달 16일 1,938.94달러(221만원)선이었던 비트코인 가격은 지난 8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북한이 미사일 공격을 가한다면 화염과 분노에 휩싸일 것”이라고 경고하면서 3,453.16달러(394만원)까지 치솟았다. 이후 북한과 미국이 “괌 포위 사격” “군사적 대응 준비” 등 설전을 주고 받는 동안 13일 사상 처음 4,000달러선을 넘어선 데 이어, 14일에는 4,382.74달러(500만원)까지 올랐다.
시장에선 지정학적 위기 고조에 따른 안전자산 선호 심리가 비트코인에도 반영된 결과라고 분석한다. 변동성이 금의 10배에 달하는 단점에도 불구, 비트코인은 각국 중앙은행이나 정부의 간섭으로부터 독립적이어서 국제 금융시장 불안이 높아져도 독립성과 안정성을 유지할 거란 믿음이 비트코인을 금과 같은 ‘안전자산’으로 인식시키고 있다는 것이다.
가상화폐 거래 플랫폼인 인베스트피드의 론 촌스키 최고경영자(CEO)는 “투자자들이 심각한 시장 침체에 대비해 위험을 분산하기 위해 가상화폐 시장으로 자금을 돌리고 있다”며 “가상화폐가 다른 자산들과 연관성이 작아 보이기 때문으로, 이런 현상은 앞으로 더 확대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실제 한반도 위기가 고조됐던 지난 13일엔 일본 투자자들이 대거 비트코인으로 몰리면서 이날 전체 거래량 가운데 엔화 비중이 절반을 차지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런 믿음만큼 비트코인이 진짜 안전자산 역할을 할 지에는 의문이 여전하다. 홍기훈 홍익대 경영학과 교수는 “최근의 비트코인 투자수요는 다분히 심리적인 요인일 뿐, 실제 금처럼 안전자산으로서의 기준을 충족시키지는 못한다”고 지적했다. 이수정 메리츠종금증권 연구원은 “가상화폐 시스템 자체가 붕괴될 가능성은 높지 않지만 급등했던 가치가 급락할 위험은 상존한다”고 분석했다. 실제 북미간 긴장이 완화 조짐을 보이자 16일(한국시간 오후7시 현재) 비트코인 가격은 4,196.53달러(479만원)로 200달러 가량 급락했다. 허경주 기자 fairyhk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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