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와 나는 올해 초 아들의 초등학교 입학을 앞두고 많은 것들을 상의했다. 아이가 학교에 적응을 잘 할 지 등 걱정도 많았지만 아이가 재미있게 생활할 수 있도록 해줄 수 있는 게 무엇일지에 대해 많은 얘기를 나눴다.
그 중에서도 많은 얘기를 나눈 것은 방과후학교였다. 아내와 나는 학교에서 보내 준 방과후학교 프로그램 안내를 놓고 아이가 어떤 걸 받게 할 지 몇 번을 상의했다. 안내문을 보니 우리가 어릴 적에는 생각도 못했던 아주 다양하고 재미있는 수업들이 많았다. 정규 수업을 마친 뒤 학원이 아닌 학교 울타리 안에서 아이가 ‘로봇 과학’ 등의 수업을 들을 수 있다는 게 우선 믿음이 갔다. 비록 사교육 관계자 등을 강사로 두고 운영하는 것이지만, 방과후학교는 우리 아이에게, 그리고 우리 부부에게 아주 반갑고, 유용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방과후학교는 공식적으로 2006년 그 명칭이 정해진 뒤 11년 동안 대부분의 초등학교에서 시행되고 있다. 학생참여도와 수업만족도도 80%를 웃돌 정도로 높아 학교 현장에 정착했다고 볼 수 있다.
그런 방과후학교 문제를 놓고 세종시에서 때아닌 논란이 일고 있다. 시의회가 보다 내실 있게 운영하자는 취지로 제정한 관련 조례에 대해 전교조는 사교육에 다름 아니고, 법적 근거도 없다며 폐기하라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학부모들은 방과후학교가 사실상 공교육이고, 그 필요성은 분명하다며 전혀 다른 목소리를 내고 있다.
논란을 지켜보면서 출발부터 잘못된 것은 아닌지 의문이 들었다. 방과후학교는 이미 오랜 기간 학교 현장에서 운영된 교과목 이외 수업의 일부로, 다수의 학생과 학부모가 호응하고 있다. 대부분이 맞벌이인 학부모들이 방과후학교를 믿고 의존하는 것도 사실이다. 이 때문에 교사들도 방과후학교 운영을 중단하자고 요구하지 않는다.
그런데 관련 조례가 제정되자 전교조가 반대하고 나섰다. 방과후학교 운영은 반대하지 않으면서 보다 내실 있게 운영하자는 취지로 마련한 조례는 폐기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전교조가 법적 미비와 교사들의 업무 부담, 사교육 치부 등을 명분으로 내세웠지만 선뜻 이해가 안 된다. 차라리 학교 현장의 여러 어려움 등을 보완해 조례를 재개정 하자는 주장이 더 설득력을 얻을 수 있다.
방과후학교는 이미 사교육이냐 공교육이냐를 따질 사안이 아니다. 법적 근거가 없다는 것도 마찬가지로 법적 근거 없이 조례로 추진되는 무상급식 문제와 과연 다른 것인지 따져봐야 한다.
방과후학교 문제를 논할 때 출발점이자 중심으로 둬야 하는 것은 학생과 학부모들이다. 시의회와 교육청, 교원들이 지금 해야 할 일은 그들의 목소리를 듣는 것이다. 이를 바탕으로 조례를 통해 방과후학교의 질과 신뢰를 높일 수 있을 지 머리를 맞대야 한다.
최두선 기자 balanced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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