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아베 신조(安倍晋三) 정권의 지지율 위기국면이 야스쿠니(靖國)신사의 문턱까지 높여놨다. 2차대전 패전일인 15일 아베 신내각 소속 각료 가운데 단 한명도 A급 전범이 합사된 야스쿠니에 가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1980년 스즈키 젠코(鈴木善幸) 내각 이후 자민당 정권으로선 처음이다.
보기 드문 풍경은 아베 총리가 지난 3일 개각에서 자신의 정체성과 가까운 우익인사 발탁을 비교적 자제한데다 단골 참배객인 노다 세이코(野田聖子) 신임 총무장관마저 행동을 보류했기 때문이다. 각료 참배가 전무한 것은 민주당 정권인 간 나오토(菅直人) 내각의 2010년~11년이후 6년만이다.
자민당은 야스쿠니 국가수호운동이 1970년대 좌초한 후 신사를 공적인 장으로 굳히기 위해 ‘공인(公人)참배’운동을 전개했고, 1980년 스즈키 내각에서 각료와 총리가 함께 참배하는 형식을 정착시켰다. 그러나 사학스캔들로 민심이 흉흉한 아베 총리의 경우 개각으로 분위기 반전에 나선 와중에 몸을 사리는 조치가 불가피했던 것이다. 신내각의 상징격인 노다 총무장관은 과거 우정장관, 소비자행정장관 때와 달리 참배를 보류한데 대해 “국내외 과제가 산적해 내 생각을 우선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에사키 데쓰마(江崎鐵磨) 오키나와ㆍ북방영토장관은 참배하지 않는 이유로 극동군사재판(도쿄재판)의 A급 전범이 합사된 점을 들었다.
이뿐 아니라 ‘다함께 야스쿠니 참배모임’소속 집단참배 의원수도 63명으로 작년보다 4명이 줄었다. 아베 정권 전성기인 2013년과 비교하면 40명 가까이 줄어든 숫자다.
바뀐 분위기는 북한상황과 관련해 협력이 절실한 한국ㆍ중국과 충돌을 피하는데 우선한 것이지만 한편에선 보수지지층 이탈 우려도 나온다. 산케이(産經)신문은 칼럼에서 “총리가 직접 참배하지 않은 것은 유감”이라며 “(갈수 없어 죄송하다고 했는데)누구한테 죄송한가, 영령 앞에서 평화와 국가수호를 맹세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도쿄=박석원 특파원 spar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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