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양주ㆍ강원 철원ㆍ전남 나주서
살충제 검출 계란 나와
“최근 고온다습 한 기후로 닭 진드기가 기승을 부려 10일 전쯤 사용 권장량보다 조금 더 사용했는데, 살충제 계란이라니…”
경기 양주지역 신선2농장주 임모씨는 자신의 농장 계란에서 규정에 어긋난 살충제 성분이 추가로 발견됐다는 정부 발표에 망연자실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16일 산란계 2만3,000마리를 사육하는 이 농가의 계란에서 비펜트린이 기준치(0.01mg/kg)를 7배 초과한 0.07㎎/㎏ 검출됐다고 밝혔다. 비펜트린은 닭에 기생하는 진드기(일본명 와구모)를 제거하는 살충제다. 이 농장은 사용이 허용된 이 약품을 일반 동물약품판매상에서 구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송진영 양주시 축산경영 팀장은 “신선농장처럼 지난해 AI사태를 무사히 이겨낸 농가들이 이번 살충제 성분 검출 파동으로 계란 출하가 전면 금지되면서 막막해하고 있다”고 밝혔다.
경기도는 전날 남양주, 광주 산란계 농가에 이어 양주시 농가에서도 살충제 계란이 추가로 발견됨에 따라 안전정 검사 대상 농가를 도내 전 산란계 농가로 확대했다.
도는 또 금지 살충제를 사용한 것으로 밝혀진 남양주와 광주시 산란계 농장에서 생산한 계란 20만4,000개를 회수해 폐기 조치하고 양주 농가에서 생산한 계란 11만5,200개도 이날 폐기 처분에 들어갔다. 이와 함께 계란 안전성 검사대상을 당초 3,000수 이상 237개 농가에서 256개 전 농가로 확대해 17일 오전까지 안전성 검사를 완료하기로 했다. 이들 농가는 1,437만수의 닭을 사육 중이다.
산란계 농장 1곳에서 살충제를 사용한 사실이 확인된 강원도에도 비상이 걸렸다. 사용이 금지된 피프로닐이 검출된 철원군 동송읍의 산란계 농장주는 이날 현장을 방문한 농산물품질관리원 관계자에게 “사용이 금지된 성분이 포함된 약인지를 모르고 있었다”고 침통해했다.
이 농장은 6월 진드기 퇴치를 위해 경기 포천의 약제상에서 일명 ‘와구모 약’을 구입, 분무기로 한 차례 뿌린 것으로 확인됐다. 친환경 인증을 받은 이 농장에서 생산된 계란에서는 코덱스 기준치(0.02㎎/㎏)의 두 배가 넘는 1㎏당 0.056㎎이 검출됐다.
산란계 5만 5,000마리를 사육 중인 이 농장에서는 하루 3만개 가량의 계란을 생산ㆍ유통하고 있다. 강원도 조사 결과 이 농장의 주요 납품처는 경기 북부 계란 도매ㆍ수집상과 포천의 가공공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살충제 살포 이후 유통된 계란이 80만개가 넘을 것으로 추정된다. 강원도와 철원군은 “일련 번호가 ‘09지현’으로 표기된 계란의 유통경로를 추적해 전량 폐기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석성균 강원도 축산과장은 “해당 농장에 대해 앞으로 2주에 한차례씩 살충제 검사를 진행하는 등 집중 관리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강원도는 10개 시ㆍ군에서 사육중인 산란계 61만1,000수에 대해 살충제 성분 검사를 확대해 진행 중이다.
친환경 축산물 무항생제 인증까지 받은 전남 나주시 공산면 산란계 정화농장에서 생산한 계란에서 이날 살충제(비펜트린)가 허용기준치의 21배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나자 이 일대 양계시범단지의 산란계 농장주들은 낙담했다.
한 농장주는 “1992년 문을 연 이후 친환경 무항생제 축산을 고집했는데 이런 일이 생겨 당혹스럽다”며 “축산현장에서 만족할 만한 친환경 살충제 개발이 안되고 있어 어려움도 있다”고 토로했다.
나주시 관계자는 “살충제 성분이 검출된 농가의 창고에 쌓여있는 계란을 모두 거둬들여 폐기할 방침”이라며 “공산면 양계시범단지 내 다른 농가의 계란은 문제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말했다.
이종구 기자 minjung@hankookilbo.com
철원=박은성 기자 esp7@hankookilbo.com
나주=박경우 기자 gwpar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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