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은퇴한 양준혁(당시 삼성)은 ‘기록의 사나이’로 불렸다. 타격 전 부문에서 범접하지 못할 것 같던 금자탑을 쌓고 그라운드를 떠났다. 하지만 시간은 흐르고 기록은 깨지기 위해 존재한다고 했다.
양준혁의 ‘업적’들은 올 시즌을 끝으로 떠나는 이승엽(삼성)에 의해 대부분 갈아치워졌고, 내년이면 나머지 기록도 새 주인공의 이름으로 등재될 가능성이 높다.
양준혁이 통산 1위 누적 기록을 남긴 건 경기 수(2,135경기), 타수(7,332), 득점(1,299개), 안타(2,318개), 2루타(458개), 홈런(351개), 루타(3,879), 타점(1,389개), 볼넷(1,278개), 4사구(1,380개) 등 총 9개 부문이다. 도루와 3루타를 제외한 전 부문이다.
그 중 이승엽이 지금까지 바꿔 놓은 건 홈런(462개)을 비롯해 득점(1,336개), 루타(4,026), 타점(1,479개)이고 2루타는 현재 457개로 2개만 더 치면 1위에 오른다. 경기 수는 LG 정성훈이 15일 현재 2,098경기에 출전해 앞으로 38경기에 더 나가면 양준혁의 기록을 넘어선다. LG는 올 시즌 40경기를 남겨 두고 있어 연내 달성도 가능하다. 대망의 최다안타는 내년 시즌 박용택(LG)에 의해 새로 쓰여질 것이 확실시된다.
통산 2,183개의 안타로 현역 안타 1위를 달리고 있는 박용택은 양준혁의 기록에 135개만 남겨 놓았다. 안타에는 일가견이 있는 이병규(LG)와 장성호(kt)가 도전 의지를 보였지만 끝내 경신에 실패하고 유니폼을 벗었다. 하지만 팀에서의 탄탄한 입지와 나이를 먹을수록 만개하는 박용택의 페이스를 감안하면 내년 시즌 중반쯤 1위로 올라설 가능성이 높다.
타수도 정성훈(7,089)과 박용택(7,063)이 근접해 있다.
마지막 남은 양준혁의 자존심은 볼넷이다. 양준혁은 은퇴 당시에도 가장 자랑스러운 자신의 기록으로 볼넷을 꼽았다. 안타 등 나머지 타격 기록들이 결국 뛰어난 선구안을 바탕으로 이뤄낸 결과물이기 때문이라는 이유였다. 실제로 볼넷은 양준혁의 은퇴 후 7년이 지난 지금도 마땅한 경신 후보가 보이지 않는다. 가장 유력한 후보는 역시 현역 선수 가운데 최고의 선구안을 자랑하는 김태균(한화)이다. 김태균은 통산 4구(볼넷) 1,039개로 현역 1위에 올라 있다. 김태균을 제외하고는 1,000개를 넘긴 선수도 없다. 지난 시즌까지 연평균 약 72개의 볼넷을 골라낸 김태균이 양준혁의 1,278개를 넘어서기 위해선 산술적으로 앞으로도 약 세 시즌이 더 소요된다. 양준혁이 애착을 보였을 만큼 수많은 기록 중에서도 가장 오랜 세월이 걸린 ‘대기록’이다. 성환희기자 hhsu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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