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조사 거부하다 본국으로
주한멕시코대사관 외교관이 대사관 직원을 성추행한 혐의를 받았으나 외교관 면책 특권을 이용해 경찰 조사를 거부하다 출국했다.
서울 종로경찰서는 주한멕시코대사관 소속 무관(직급 대령) A씨를 강제추행 혐의로 수사하고 있었지만, A씨가 두 차례 출석 요구에 불응한 채 이달 초 출국했다고 16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A씨는 지난해 6월부터 올해 1월 사이에 대사관 여직원(한국계 파라과이인) B씨를 3차례 성추행한 혐의를 받고 있다. 대사관 건물 로비와 사무실, 업무용 차 안 등에서 B씨를 뒤에서 껴안거나 팔로 가슴을 치는 식이었다.
B씨는 7월 말 경찰에 A씨를 고소하면서, A씨 상관이 B씨에게 ‘대신 사과하고 재발 방지하겠다’는 내용이 담긴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메시지를 증거로 함께 제출했다. 경찰은 B씨 피해 진술을 바탕으로 A씨에게 성추행 혐의점이 있다고 보고, 지난달 출석요구서를 보냈다.
그러나 A씨는 출석요구서를 받고 “조사를 받겠다”고 밝힌 뒤, 경찰이 두 번째 출석요구서를 보낸 날(4일) 휴가를 간다며 본국인 멕시코로 떠나버렸다. 외교관인 A씨는 ‘면책 특권’이 있어 경찰 출석 요구에 응하지 않을 수 있다. 이에 대해 경찰 관계자는 “본인이 자발적으로 출석하거나 면책 특권을 포기하면 수사가 가능하지만, 그렇지 않으면 강제로 구인해 수사할 수 없다”며 “A씨가 귀국하지 않으면 공소권이 없어 사건을 종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경찰 관계자는 “A씨 출국 기록을 확인하려 해도 외교부에서 도와줘야 하는데 정보 제공이 매끄럽게 진행되지 않고 있다. A씨 출국 사실도 피해자로부터 전해 들었다”고 했다. 외교부는 “해당 대사관 측에 공식적으로 항의하고 A씨가 경찰 수사에 협조하도록 해달라고 요청했다”고 밝혔다.
이상무 기자 allclear@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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