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의 ‘광복절 발언’에 대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우회적으로 불만을 표시했다. 미 국무부는 15일(현지시간) ‘누구도 한국 동의 없이 (한반도에서) 군사행동을 결정할 수 없다’는 문 대통령의 발언에 대한 미국 입장을 묻는 질문에 ‘우리 소관이 아니다’라는 식으로 즉답을 회피하며 불만을 드러냈다. 캐티나 애덤스 동아태담당 대변인은 이날 미국의소리(VOA) 논평 요청에 “미 국방부에 문의하라”고 말을 아꼈다. 앞서 이날 낮 이뤄진 정례브리핑에서 헤더 노어트 대변인도 같은 질문에 “한국과 미국이 긴밀하게 협력하고 있지만, 가정적 상황에 대해 얘기하기 어렵다”고 명확한 답변을 사실상 거부했다.
노어트 대변인은 그러나 ‘문 대통령 발언이 혼선을 초래했으며, 문 대통령은 (군사적 갈등을) 북미간 문제로 여기는 것 같다’는 질문이 나오자 강하게 반박했다. 그는 “이는 북한과 미국 사이의 이슈가 아니라, 북한과 전 세계의 문제”라고 말했다. 또 “북한 정권에 우려를 표시하는 것은 미국 만이 아니라 김정은이 탄압하는 북한 사람들을 걱정하는 전 세계 모든 국가”라고 강조했다. 워싱턴 관계자는 “핵심 동맹국 지도자의 발언을 직접 반박하는 대신, 북한의 핵ㆍ미사일 위협이 한반도를 넘어 미국과 전 세계 안보를 위협하는 새로운 단계에 진입했다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편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이 이날 오전 기자간담회에서 “북한과 대화에 도달하는 방법을 찾는데 관심을 쏟겠지만 그건 그(김정은)에게 달려있다”고 발언한 것과 관련, 노어트 대변인은 ‘진지한 노력(serious effort)’이라는 말을 반복했다. 그는 미국이 먼저 굽히고 들어가는 식의 협상은 하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노어트 대변인은 “그건 마치 내 아이가 ‘엄마, 내가 과자를 몰래 훔쳐먹지 않으면 저에게 TV를 보게 해주실 거에요?’라고 묻는 것과 같다. 그에 대한 답은 ‘노(No)’다”’라고 비유하기도 했다. 기자들이 “그렇다면 김정은이 아이란 말이냐”고 묻자 노어트 대변인은 “그건 아니고 누군가가 뭘하지 않은 대가로 보상을 받는 것에 대한 극단적 가정을 말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북핵 문제 해결 방안으로 중국이 제안하고 있는 ‘쌍중단(북한 핵ㆍ미사일 도발과 한미 합동군사훈련을 중단하는 것)에 대해서도 일축했다. 그는 “북한이 하고 있는 대륙간 탄도미사일(ICBM) 시험발사와 핵실험을 한미의 ‘합법적’ 군사훈련과 등가로 볼 수 없다”고 강조했다. 또 “합동군사훈련은 앞으로도 변치 않고 계속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트럼프 정부가 문 대통령의 광복 경축사에 사실상 불만을 제기한 것과 달리 중국은 거듭 지지 의사를 밝혔다. 화춘잉(華春瑩)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16일 브리핑에서 ‘누구도 한국의 동의없이 한반도에서 군사행동을 할 수 없다’고 한 발언에 대해 “중국은 일관되게 평화적이고 적절한 방법으로 한반도 문제를 해결하기를 주장해 왔다”라며 지지했다.
워싱턴=조철환 특파원 chch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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