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0여명 매몰
구조장비 부족…맨손으로 땅 파
서아프리카 국가 시에라리온에서 초대형 홍수와 산사태가 발생한 지 이틀이 지났지만 16일(현지시간) 현재까지 최소 600명이 땅속에 묻혀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외신들은 최근 20년간 아프리카에서 발생한 재해 가운데 최악의 참사가 되리라 전망했다.
AP통신에 따르면 14일 새벽 시에라리온 수도 프리타운에서 폭우로 인해 산사태가 발생, 주택가로 흙더미가 들이닥쳤다. 산사태 후 당국 검시관은 약 400구의 시신을 수습했다고 말했고, 적십자사는 여전히 600명 이상이 땅속에 묻혀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추산되는 인명피해 규모만 1,000명을 넘어서는 대재앙이다.
외신이 전한 현장은 처참하기 짝이 없다. 재난 당일부터 급류에 휩쓸려 온 시신이 강을 떠다녔고 주변 청년들은 밧줄을 가져와 간신히 이들을 물 밖으로 건져낼 수 있었다. 어린이 시신도 다수였다. 당국은 프리타운 중심부 콘노트 병원에 시신 안치소를 마련했지만 실종자 가족은 바닥에 아무렇게나 놓인 시신 수백 구 사이를 다니며 익숙한 얼굴을 찾아 헤매고 있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친형을 비롯해 일가족 10명이 실종된 어거스틴 라이트는 시신을 찾지 못하고 형의 집 근처 폐허로 돌아와 “가족이 살았는지 죽었는지조차 모르겠다”고 한탄했다.
14일 새벽 주민들이 모두 잠든 와중에 산사태가 직격한 프리타운 남쪽 근교 리젠트시에는 흙 속 건물에 수십 명이 갇힌 채 구조를 기다리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생존자 파트마타 카마라는 AP통신에 “집에서 다급하게 도망 나오자마자 산사태가 닥쳤고 가족은 흙더미 속에 갇혀 있다”며 눈물을 흘렸다.
어니스트 바이 코로마 시에라리온 대통령은 “국가적 비극”이라며 16일부터 7일간을 애도 기간으로 선포했다. 하지만 리젠트 지역을 중심으로 한 재난지역에서의 생존자 구조 작업은 더디기만 하다. AFP통신 등에 따르면 정부의 구조장비 지원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구조대가 맨손으로 진흙을 걷어내 시신을 꺼내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생존자에 대한 정부지원도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다. 15일 밤에는 약 3,000명이 거리를 헤매거나 인근 경찰서, 보호소 신세를 졌다. 이웃집 난간에서 자녀들과 밤을 지새운 아비바투 카마라는 AFP통신에 “식량이든 모포든 받은 게 없다”고 말했다.
위생상태도 심각한 문제다. 시에라리온적십자의 아부 바카르 타라왈리 대변인은 “콜레라나 장티푸스 등 수인성 전염병이 확산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마스크를 쓰고 시신 안치소를 찾은 대학생 모하메드 코로마는 NYT에 “에볼라(바이러스)의 악몽이 돌아온 것 같다”며 “이 나라가 감당할 수 없는 비극”이라고 말했다. 2014년 서아프리카에서 유행한 에볼라바이러스로 시에라리온에서만 약 4,000여명이 숨진 바 있다.
인현우 기자 inhy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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