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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년 넘게 구직활동을 하고도 일자리를 찾지 못한 ‘장기실업자’의 비중이 외환위기 수준까지 치솟았다.
16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으로 구직기간이 6개월 이상인 실업자는 18만명으로, 1년 전(17만2,000명)에 비해 4.7% 증가했다. 전체 실업자 96만3,000명 중 18.7%가 6개월 이상 직장을 구했지만, 결국 취직을 못했다는 의미다.
이 같은 장기실업자 비중은 월간 기준으로 외환위기 직후인 1999년 9월(19.7%)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장기실업자 비중이 늘어나는 것은 취업 자체가 쉽지 않을뿐더러, 구직자의 눈높이에 맞는 일자리가 적다 보니 구직자들이 계속 취업을 미루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취업이 어려워 아예 일자리 구하기조차 포기해 버린 ‘구직단념자’도 48만6,000명으로 1년 사이 4만명 늘었다.
특히 전체 실업률에 큰 변동이 없는 상황에서, 유독 청년 실업률만 계속 사상 최고 수준을 기록하는 등 청년층 가운데 장기실업자가 증가하는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청년(15~29세) 실업률은 9.3%로 1년 전에 비해 0.1% 상승했고, 대학 졸업자들이 포함된 25~29세 구간에서의 실업자는 1년 사이 12.5%(2만7,000명) 늘었다.
실제 대졸자들이 대학 졸업 후 첫 직장을 얻기까지 걸리는 기간도 점점 길어지고 있다. 통계청의 청년층 경제활동인구 조사를 보면, 올해 5월 기준으로 최종학교 졸업(중퇴) 후 첫 취업에 걸리는 시간은 11.6개월로 지난해 5월(11.2개월)에 비해 0.4개월 늘었다. 취업에 3년 이상 걸린 ‘초장기 백수’ 경험자의 비중도 지난해 8.7%에서 올해 9.7%로 증가했다. 반대로 졸업 3개월 안에 직장을 잡는 비율은 51.1%에서 49.9%로 떨어졌다.
세종=이영창 기자 anti092@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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