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마트나 편의점이 자기 상표를 붙여 파는 자체브랜드(PB) 상품이 점점 늘어가고 있는 가운데 PB상품 유행에 따른 과실은 사실상 이들 유통업체가 독점하고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이진국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은 16일 발표한 ‘PB상품 전성시대, 성장의 과실은 누구에게로 갔나’ 보고서를 통해 “PB는 기업형 유통업태를 중심으로 한 시장집중화와 유통기업 사이의 경쟁심화라는 구조 속에서 유통기업이 고안해 낸 이윤 극대화 해법”이라고 강조했다.
PB는 유통업체가 상품 제조업체로부터 물건을 납품받아 자기만의 상표를 붙여서 파는 것으로, 상품 제조자가 자기 상표를 붙이는 보통의 제조업체 브랜드(NB) 상품과는 구분된다. PB상품을 적극 활용하는 곳은 대형마트 편의점 대형슈퍼마켓(SSM) 등인데, 전체 유통업체 매출의 약 4분의 1이 PB상품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연구위원은 PB상품의 판매 비중이 늘어날수록 유통업체 이익이 높아지는 현상을 강조했다. 그는 “PB상품 매출 비중이 1%포인트 증가하면 점포당 유통이익이 270만~900만원 늘어난다”며 “경기불안ㆍ경쟁심화에 대응한 PB 확대 전략은 성공을 거둔 셈”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나 상품을 직접 생산하는 제조업체의 경우 PB상품 비중이 늘수록 매출ㆍ이익이 감소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 연구위원의 분석에 따르면 제조업체(대기업)의 경우 PB상품 매출 비중이 1%포인트 늘면, 전체 매출이 약 10억9,000만원 감소했다. PB상품이 더 팔린 만큼 제조업체의 자체상품(NB상품) 매출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PB상품이 늘어날수록 유통업체가 제조업체 쪽에 불공정행위를 할 개연성도 늘어난다. 이 연구위원이 납품업체 309곳을 설문조사한 결과, 30곳(9.7%)이 납품단가 인하나 포장비용 전가 등 유통업체 측의 불공정행위를 경험했다고 답했다. 이 연구위원은 “PB 시장 확대로 인한 성장의 혜택은 원청 유통기업에 집중되는 현상이 뚜렷하다”며 “하청업체로의 낙수효과는 미미했다”고 결론 냈다. 그는 “불공정거래를 강요받은 납품업체의 83%가 요구사항을 수용한 것에서 보듯, 납품업체가 거래 중단에 따른 경제적 손실을 우려하고 있다”며 “PB업계의 공정시장질서 확립을 위한 조사와 감시활동이 강화되어야 한다”고 제안했다.
세종=이영창 기자 anti092@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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