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지방선거에서 상향식 공천을 배제한 자유한국당 혁신안이 당내 반발에 부닥쳤다. 중진 의원들이 집단으로 홍준표 대표에게 ‘혁신안이 아닌 후퇴안’이라며 반기를 들었다. “탄핵은 과도한 정치보복”이라고 규정하는 등 혁신위원회의 잇단 수구적 행보에 부글부글 끓던 중진들이 목소리를 내기 시작한 것이다.
16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대표ㆍ최고위원ㆍ3선의원 연석회의에서 논란에 불이 붙었다. 옛 비박계를 중심으로 의원들은 작심했다는 듯 혁신위의 ‘상향식 공천 배제, 전략공천 활용안’을 비판했다. 전날 류석춘 혁신위원장은 “상향식 공천은 기존 정치인의 재생산에 유리하고 정치 신인의 유입을 가로막는다”며 “전략공천 또는 책임공천을 통해 인재를 영입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에 강석호 의원은 이날 회의에서 “20대 총선에서 우리 당이 왜 실패했느냐”며 “상향식 공천을 해서 진 건가, ‘친박 마케팅’과 ‘보복공천’ 때문에 진 건가”라고 문제를 제기했다. 강 의원은 “공천권은 어느 권력자도 장난을 못 치도록 당원과 국민이 행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상향식 공천 유지를 주장했다.
복당파 의원들도 의견을 보탰다. 김학용 의원은 “상향식 공천을 전략공천으로 되돌리는 건 미래로 나가게 하기는커녕, 당을 현상 유지도 아닌 과거로 회귀시키는 일”이라고 주장했다. 김 의원은 “여기에도 전략공천의 폐해를 겪었거나 속앓이를 하신 분들이 있다”며 “혁신안을 당의 생각으로 받아들여 그나마 남아있는 지지자들도 등을 돌릴까 걱정”이라고 우려했다. 홍일표 의원도 “혁신안은 과거 지향이 아닌 미래 지향적이어야 하지 않느냐”며 “우리가 지나치게 우경화 하는 것 아니냐는 걱정이 당 밖에서 나온다”고 비판했다.
상향식 공천에 옛 비박계나 복당파 의원들이 민감하게 반응하는 건 보복공천의 쓰라린 기억 때문이다. 옛 새누리당은 김무성 대표 시절 치열한 당내 논쟁 끝에 ‘100% 상향식 공천’을 도입하고도, 당시 ‘박근혜의 청와대’와 당내 친박계 입김에 밀려 실현하지 못했다. 잇단 보복 낙천과 그로 인한 유승민 의원의 탈당 등을 보다 못한 김 전 대표가 공천장에 도장을 찍지 않겠다며 지역구인 부산으로 내려가는 사태까지 벌어졌다.
이날 회의에선 당 지도부가 ‘보수통합’에 적극 나서야 한다는 의견도 쏟아졌다. 장기적으로 지방선거를 앞두고 바른정당과 통합을 염두에 둔 주장으로 해석된다. 최근 홍 대표나 혁신위가 ‘우클릭’으로 외연 확장이 아닌 극우 결집으로 방향을 정하자 이날 공개적으로 제동을 건 것이다.
권성동 의원은 “우리는 큰 집”이라며 “작은 집(바른정당)을 향해 우리가 보수통합이라는 명분을 갖고 움직일 때 당 지지율도 올라갈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권 의원은 “그 길로 가야만 지방선거에서 승리해 차기 정권 탈환을 위한 교두보도 만들 수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홍 대표는 “보수진영 통합은 국민들의 선택에 달린 것”이라며 “굳이 인위적으로 통합하는 건 부자연스럽다”고 반박했다. 홍 대표는 또 “선거라는 국민의 선택을 통해 자연스럽게 정리될 수 있다”며 “바른정당과도 시간이 지나면 자연적인 통합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혁신안을 둘러싼 우려에 대해선 “혁신안은 이후 최고위원회에서 논의해 수용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며 “한번 거를 기회가 있으니 걱정하지 않으셔도 된다”고 말했다.
김지은 기자 luna@hankookilbo.com 김정현 기자 virtu@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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