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만여명에 2400억 피해 입혀
1ㆍ2심 집유, 파기환송심서 실형
돼지 분양사기로 투자자들에게 2,400억원을 가로챈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양돈업체 ‘도나도나’ 대표 최덕수(70)씨가 파기환송심에서 징역 9년을 선고 받았다.
서울고법 형사1부(부장 김인겸)는 16일 유사수신행위법위반 혐의로 기소된 최 대표에게 징역 9년을 선고했다. 아들 최치원씨는 징역 5년을 선고 받았다. 재판부는 “이 사건 주범으로서 위조한 문서 등을 이용해 660억원이라는 거액을 대출받는 등 범행내용과 수법, 피해 정도를 종합했을 때 엄한 처벌이 불가피하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최씨 부자는 2009년 4월부터 2013년 4월까지 “어미 돼지 한 마리에 투자하면 낳은 새끼 돼지 20마리를 팔아 이익을 낼 수 있다”며 투자자 1만여명으로부터 2,429억원을 받아 챙겼다. 이런 식으로 돈을 긁어 모은 행위를 유사수신으로 볼 수 있는지를 두고 하급심과 대법 판단이 엇갈렸다. 유사수신 행위는 은행법 등에 따라 인허가를 받지 않거나 등록ㆍ신고를 하지 않고 불특정 다수로부터 자금을 조달하는 것을 의미한다.
1ㆍ2심은 “최씨 사업은 양돈업을 수익모델로 한 것으로 상품거래를 빙자한 금전거래로 보기 어렵다”고 보고 업무상 횡령 등 나머지 혐의만 유죄로 인정해 징역 2년 6월에 집행유예를 선고했다. 대법원은 그러나 “실물 거래 외형을 갖췄지만 사실상 금전거래에 불과해 유사수신 행위”라며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이 사건은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과 홍만표 전 검사장 등 검찰 고위직을 지낸 전관 변호사들이 한때 변호를 맡은 사실이 알려져 논란이 됐다. 최덕수 대표는 투자사기 혐의로 추가 기소돼 향후 형량이 늘어날 가능성도 있다.
김민정 기자 fac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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