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센 이정후/사진=한국스포츠경제 DB
[한국스포츠경제 김주희] 넥센 이정후(19)가 KBO리그 신인의 역사를 새롭게 써 내려간다. '슈퍼 루키'라는 닉네임이 아깝지 않은 활약이다.
휘문고를 졸업하고 2017 1차 지명으로 넥센에 입단한 이정후는 누구보다 강렬한 데뷔 시즌을 치르고 있다. 15일까지 110경기에 출장해 타율 0.336, 2홈런 36타점 86득점을 기록했다. 타율 전체 11위, 득점 공동 2위다. 138안타를 때려내 최다 안타 6위에도 이름을 올리고 있다. "프로 선수들의 이름이 뜨는 경기장 전광판에 이제 내 이름도 같이 있다는 게 신기하다"는 새내기의 무서운 활약이다.
'이정후 돌풍'은 시범경기 때부터 예고됐다. 이정후는 올해 시범 12경기에서 타율 0.455(33타수 15안타)를 때려냈다. 방망이를 앞세워 주전 경쟁에서도 앞선 그는 시즌 중반부터 톱타자 자리까지 꿰찼다. 시즌을 치러가면 체력 저하와 약점 노출 등으로 인해 하락세를 탈 것이라는 것이 전망을 비웃듯 활약은 이어진다.
성적은 꾸준했지만, 이정후에게도 어려웠던 시기는 있었다. 이정후는 "시즌 초반이 힘들었다. 프로가 처음이다 보니 투수들의 공도 낯설었고, 새벽 이동도 힘들었다"고 떠올렸다. 하지만 고비도 잠시 뿐이었다. 누구보다 빠르게 적응을 마친 이정후는 이제 '최고의 신인'을 향해 간다.
역대 신인 각종 기록까지 갈아치울 기세다. 이미 역대 고졸 신인 최다 안타 신기록을 썼다. 종전 기록은 1994년 LG 김재현이 작성한 134안타였다. 이제는 역대 신인 최다 안타 기록인 1994년 LG 서용빈의 157안타를 정조준하고 있다. 남은 34경기에서 19안타만 때려내도 타이를 이룬다. 올해 경기당 1.3개의 안타를 때려내고 있는 이정후에게 기록 달성은 '시간 문제'라는 평가다.
1998년 삼성 강동우(타율 0.300) 이후 맥이 끊긴 신인 3할 타자에도 도전하고 있다. 현재의 기록으로 보면 큰 무리 없이 달성 가능하다. 역대 신인 타자 타율 1위 삼성 장효조(1983년·타율 0.369), 2위 삼성 양준혁(1993년·0.341)의 기록을 넘을 수 있을 지가 관심사다.
신인 최다 득점에서도 역대 3위에 랭크 돼있다. 공교롭게도 '아들'의 활약에 '아버지'도 밀려났다. 이정후의 아버지인 이종범 MBC 스포츠플러스 해설위원은 해태소속이던 1993년 85득점으로 역대 신인 최다 득점 3위에 올라있었지만, 아들에 밀려 4위로 내려앉았다. '아버지를 넘어' 이정후의 질주는 계속된다. 후반기 24경기에서 21득점을 올린 페이스를 계속 유지한다면 역대 신인 최다 득점인 1994년 LG 유지현(109득점)의 기록에도 도전해 볼만 하다.
자신의 성적에 들뜰 만도 하지만 이정후는 평정심을 잃지 않고 있다. 이정후는 "안타나 득점 기록에 대한 생각은 하지 않으려고 한다. 고등학교 때 상을 타려고 욕심을 부리다가 잘 안 됐다. 기록을 의식하면 안 된다는 걸 배웠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가 의미를 두고 있는 기록도 있다. '고졸 신인 최초 전 경기 출장'이다. 이정후는 올해 팀이 치른 경기에 모두 나왔다. 역대 신인 중 전 경기 출장을 달성한 선수는 10명이 있었지만 그 중 고졸 신인은 한 명도 없었다. 이마저도 1997년 LG 이병규가 마지막 기록이다. 이정후는 "고졸 선수로는 최초의 기록인데 내가 할 수 있다면 정말 감사한 일이 될 것 같다. 나에게도 의미 있는 기록"이라며 "그만큼 팀에 필요한 선수가 되어가고 있다는 뜻인 것 같아서 기분이 좋다"며 눈을 빛냈다.
김주희 기자 juhee@spor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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