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별력 이유로 수능 비중 축소하면
학생부 성적 나쁜 재수생 가장 타격
고1, 재수땐 바뀐 교과서로 시험쳐
안 배운 통합사회ㆍ과학까지 3중고

“진짜 대입 절벽 앞에 놓인 건 중3이 아니라 저희 고1 아닌가요?”
현재 중3 학생들이 치를 2021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에서 절대평가 과목이 최소 4과목으로 확대되자 고1 학생들의 불안감도 덩달아 커지고 있다. 각 대학이 변별력이 약화된 수능 비중을 축소할 경우 재수를 통한 재기 기회가 크게 줄어드는 건 물론, 재수를 하더라도 확 바뀐 수능에 적응하기도 힘들기 때문이다. 중3 학생들과 고1 학생들이 “우리가 더 큰 피해자”라며 아우성 치는 양상이다.
15일 한국교육과정평가원에 따르면 2017학년도 수능 원서접수자 가운데 고등학교를 이미 졸업한 학생(검정고시생 포함) 비율은 전체의 24.2%(14만6,600명)에 달한다. 이처럼 한 해 전체 수험생 중 재수생과 검정고시생 비중은 25% 안팎을 차지하고 있다. 재수생ㆍ검정고시생은 대부분 수능 위주의 정시를 통해 대학에 입학하는데, 절대평가가 확대되면 수능 비중은 줄고 학생부 위주 전형(학생부종합ㆍ학생부교과)의 중요성이 커져 기회를 사실상 박탈당하는 것 아니냐는 위기감이 크다.
이에 따라 고1 학생과 학부모들 사이에선 ‘내신 불안’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 경기 성남시 고1 학부모 송모(50)씨는 “아들이 의대 진학을 목표로 하고 있는데 이번 중간고사 성적이 2등급대(과목 등급 평균)가 나와 걱정이 크다”며 “만약 재수를 하게 되면 아무리 수능을 잘 본다고 하더라도 한 번 망쳐놓은 내신 성적 탓에 영영 가고 싶은 대학에 못 가게 되는 것 아니냐”고 우려했다.
재수를 선택할 경우 ‘2015 개정 교육과정’에 따라 새로운 교과서로 수능을 준비해야 하는 것도 큰 부담이다. 특히 통합사회ㆍ통합과학 등 신설되는 과목은 아예 수업을 들을 길이 없다. 수험생들이 모인 한 온라인 사이트에서는 “현재 중3은 배운 교육과정 내에서 시험을 봐서 재수 시 큰 걱정은 없지 않느냐” “현재 고1은 신설 과목 공부 시간을 포함하면 최소 삼수를 하겠다는 각오로 재수를 시작해야 할 것이다” 등 불만 목소리가 잇따르고 있다. 심지어 “우리가 재수를 못하면 경쟁자가 줄어 현 중3은 상대적으로 대학에 들어가기 쉬워지는 것 아니냐”는 얘기까지 나온다. 일각에선 내신 성적을 제대로 내지 못할 경우 자퇴를 고려하는 학생들이 늘어날 거란 우려를 내놓는다.
입시 전문가들은 절대평가 과목을 확대하더라도 학생들의 재기를 위한 대책이 함께 마련돼야 한다고 지적한다. 김병진 이투스 교육평가연구소 소장은 “재도전 기회를 박탈할 경우 사회적 부작용이 만만치 않을 것”이라며 “대입 제도 변화가 가져올 안정성 붕괴와 관련한 세밀한 고민이 뒷받침 돼야 한다”고 말했다.
신지후 기자 ho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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