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입장 선회 시사 발언
美 당국자들 ‘외교 해법’ 강조
국제사회 긴장 완화 노력도 한 몫
대화 모드로 급선회 가능성도
21일 을지훈련이 최대 고비 전망
연일 설전을 벌이며 한반도를 일촉즉발 위기로 몰아갔던 북미가 한발씩 물러섰다. 긴장 완화 분위기가 확산되면서 대화 모드로 전격 반전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마저 나온다. 그러나 한미연합 군사훈련을 코앞에 두고 있어 북한 도발도 멈추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대세다.
15일 북한 관영 조선중앙통신은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이 전날 미사일 운용 부대인 전략군사령부 지휘소에서 김락겸 사령관으로부터 전략군이 준비하는 괌 포위 사격 방안을 보고 받고 “미제의 군사적 대결 망동은 제 손으로 제 목에 올가미를 거는 셈이 됐다”며 “어리석고 미련한 미국 놈들의 행태를 좀 더 지켜볼 것”이라는 말을 했다고 보도했다.
북한의 입장 선회와 거의 동시에 미국 외교ㆍ안보 당국자들도 ‘외교적 해법’을 강조하는 쪽으로 일제히 돌아섰다. 특히 트럼프 행정부의 외교ㆍ안보 사령탑인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과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이 13일(현지시간) 보수 성향 미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공동 기고문을 싣고 대북 협상 의향을 드러내기도 했다.
양측이 한발씩 물러선 데는 국제사회의 노력이 뒷받침됐다. 북한의 전통적 우방이자 미국의 패권 경쟁국인 중국ㆍ러시아가 양측을 상대로 자제를 촉구한 데 이어 유럽연합(EU)까지 14일 휴가철 이례적인 한반도 사태 관련 긴급 회의를 열고 우려를 표명했다. 페데리카 모게리니 EU 외교ㆍ안보 고위대표는 회의 뒤 언론 발표를 통해 북한엔 추가 도발 자제를 미국 등 관련국엔 평화적인 한반도 비핵화 추구를 각각 요구했다.
긴장 완화 분위기가 뚜렷해지면서 무력 충돌 위기가 되레 협상 재개의 기회로 뒤집힐 수 있다는 기대 섞인 전망도 제기된다. 2006년 10월 북한의 1차 핵 실험과 함께 한반도 긴장이 최고조에 달했지만 당시 김정일 정권이 돌연 6자 회담 복귀를 선언하면서 이듬해 ‘2ㆍ13 합의’로 이어진 적도 있다.
하지만 21일 시작되는 한미 군사연습인 을지프리덤가디언(UFG)은 여전히 최대 변수다. 김 위원장은 “미국 놈들이 조선반도 주변에서 위험천만한 망동을 계속 부려대면 이미 천명한 대로 중대한 결단을 내릴 것”이라며 “망신당하지 않으려면 이성적으로 사고하고 정확히 판단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김동엽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북한이 예고대로 괌으로 발사한 미사일을 요격하는 데 미국이 실패하면 미국이 구축한 미사일방어(MD)의 신뢰도는 치명타를 입게 된다”며 “한미훈련 축소가 늦었다면 이목을 끌지 않도록 최대한 조용히 진행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권경성 기자 ficcione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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