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달 11일 텍사스서 대규모 집회
청년 극우단체들 조직적 움직임
“밀레니얼 세대, 인종차별 답습”
미국 버지니아주 샬러츠빌에서 12일(현지시간) 벌어진 시위 충돌로 30여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가운데, 백인우월주의를 지지하는 이들이 재결집을 예고하면서 미국 내 곳곳에서 또 다른 폭력사태 발발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14일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백인우월주의 및 국수주의 단체들은 내달 11일 텍사스 A&M(농업기술)대학에서 ‘백인 생명도 중요하다(White Lives Matter)’는 구호를 내걸고 대규모 집회를 가질 계획이라고 밝혔다. 대학 측의 집회 불허 방침에도 이들은 표현의 자유를 내세우며 법적 소송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주요 연사로는 극우를 ‘대안 우파’로 포장한 리처드 스펜서 등이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이 밖에도 관련 단체들은 지금이 주목 받을 기회라고 판단, 다양한 활동을 추진하고 있다. 청년 극우단체를 이끄는 매튜 헤임바크는 켄터키주 렉싱턴에 있는 백인우월주의 상징 조형물 철거 움직임에 대항하는 일시적인 조직을 구성하고 나섰다.
이날 밤 노스캐롤라이나주 더램에서는 인종차별주의에 반대하는 시위대가 “큐클럭스클랜(KKK)과 파시스트는 안 된다”라고 외치며 법원 앞에 있는 남부연합 군인 동상을 끌어내렸다. 일부 시위대는 땅에 떨어진 동상을 발로 차며 항의의 뜻을 표시하기도 했다. 뉴욕 맨해튼의 트럼프타워 일대에서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뉴욕 방문 계획이 공개되자 대규모 반정부 시위가 벌어지기도 했다. 시위대는 “백인우월주의자들과 나치 지지자들이 트럼프 대통령으로부터 힘을 얻고 있다”라며 나치 반대 피켓 등을 들고 비난의 목소리를 높였다.
백인우월주의 지지 집회에서 젊은 남성들이 대거 참여한 것은 눈길을 끄는 대목이다. 워싱턴포스트는 “밀레니얼세대(1980년~2000년대 초반 출생자)가 할아버지 세대가 걸었던 인종차별주의의 길을 답습하고 있다”라며 “ ‘정치적 올바름’에 대한 반발, 경제 위기를 겪으며 시스템 자체가 무너지기를 바라는 심리 등이 극우를 부추기고 있다”고 설명했다. 미 시사잡지 애틀랜틱은 “이런 집회에 루저(사회적 패배자)들이 나왔다고 생각하면 편할 수 있지만 그런 인식에는 한계가 있다”라며 “극우주의자들의 극단적인 발언들이 점차 폭력으로 변질되고 있어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한편 머크, 인텔, 언더아머 등 미국 내 유력기업 최고경영자들이 이날 잇따라 백인우월주의자들에 대해 책임을 묻지 않는 트럼프 대통령에 항의하는 뜻으로 대통령 직속 경제자문위원회 탈퇴를 선언했다.
채지선 기자 letmekno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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