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노블레스 오블리주 상징”
마당 가로지른 일제 철로 철거
2020년까지 중앙선복선 추진
문재인 대통령이 광복절 경축사에서 독립 운동의 성지이자 ‘노블레스 오블리주의 상징 공간’으로 극찬한 임청각(보물 182호)의 원형복원사업이 빨라질 것으로 보인다.
국토교통부는 15일 경북 안동에 있는 임청각 복원사업을 위해 2020년까지 중앙선 복선전철사업을 적극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임청각은 세종 때 좌의정을 지낸 이원의 여섯째 아들 영산현감 이중공과 그의 셋째 아들 이명이 1519년 건축한 조선 중기 별당형 정자다. 영남산 기슭 경사면을 이용해 계단식으로 기단을 쌓은 뒤 99칸을 배치한 살림집으로 지었다. 대청에 걸려있는 현판은 퇴계 이황 선생 친필로 알려져 있다.
500년 역사를 자랑하는 임청각은 일제강점기 전 가산을 팔고 만주로 망명해 신흥무관학교를 세우며 독립운동에 투신한 석주 이상룡(1858∼1932) 선생의 생가이자 독립운동가 9명을 배출한 고성 이씨 가문의 종택이기도 하다. 석주 선생을 비롯해 동생 이상동, 이봉희, 아들 이준형, 조카 이형국, 이운형, 이광민, 손자 이병화, 당숙 이승화 등이 독립운동에 헌신했다.
석주 선생이 1911년 조상 대대로 물려받은 임청각과 전답 등을 모두 처분하고 만주로 떠나 독립운동에 투신하자 일제는 독립운동의 성지나 다름없는 임청각의 정기를 끊으려 마당 한가운데로 중앙선 철길을 냈다. 또 행랑채와 부속건물 등 50여 칸을 뜯어내 고택을 훼손했다. 집은 반 토막이 났고 철도로 입구를 찾기도 어려운 지경이 됐다.
문 대통령은 이날 광복절 경축사에서 임청각에 대해 “독립운동의 산실이고, 대한민국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상징하는 공간”이라며 “99칸 대저택이었던 임청각이 지금도 반 토막이 난 그 모습 그대로다”고 안타까워했다. 이어 문 대통령은 “이 선생의 손자 손녀는 광복을 찾은 뒤 대한민국에서 고아원 생활을 하기도 했다”며 “현재 임청각의 모습은 우리가 되돌아봐야 할 대한민국의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문 대통령은 의원 시절이던 지난해 임청각을 찾아 복원을 약속했다. 이낙연 국무총리도 지난 10일 휴가길에 임청각을 방문한 바 있다.
국토부는 2010년부터 임청각을 지나는 중앙선 도담∼영천 145.1㎞ 구간을 복선ㆍ전철화하는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이 사업이 완료되면 현재 철로와 약 7m 떨어진 거리에 있는 임청각은 철로에서 6㎞ 밖으로 이격되고 임청각을 관통하던 기존 철로는 철거된다. 국토부 관계자는 “국가보훈처, 기획재정부 등 관계 부처와 협의해 복원이 속도를 낼 수 있도록 철로 이설 공사를 최대한 빨리 진행하겠다”고 말했다.
김기중 기자 k2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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