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복절 경축사
‘한반도 위기’ 주도적 관리 의지 천명
“모든 것을 걸고 전쟁만은 막겠다
평화정착 통한 분단 극복이 광복의 완성”
문재인 대통령은 15일 “누구도 한국 동의 없이는 군사행동을 못한다”면서 북한의 핵ㆍ미사일 도발로 촉발된 한반도 안보 위기를 주도적으로 관리해 나가겠다는 의지를 천명했다. 한반도 문제의 당사자로서 ‘평화적 해결’ 원칙을 강조하고, 북한에 대해 핵ㆍ미사일 도발을 중단하고 대화테이블로 나올 것을 촉구하는 등 ‘베를린 구상’에서 밝힌 대북 제안의 기조도 재확인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광복절 기념식 경축사를 통해 “오늘날 한반도의 시대적 소명은 두말 할 것 없이 평화이고, 한반도 평화 정착을 통한 분단 극복이야말로 광복을 진정으로 완성하는 길”이라면서 “정부는 모든 것을 걸고 전쟁만은 막겠다”고 말했다. 이어 “한반도에서 또 다시 전쟁은 안 된다”며 “한반도에서의 군사행동은 대한민국만이 결정할 수 있고, 누구도 대한민국의 동의 없이 군사행동을 결정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북한의 핵ㆍ미사일 도발에 대해 “미국과 긴밀히 협력하면서 안보위기를 타개할 것이지만 우리의 안보를 동맹국에게만 의존할 수는 없다”며 “한반도 문제는 우리가 주도적으로 해결해야 한다”고 했다. 굳건한 한미동맹으로 북한의 도발에 대응한다는 입장을 유지하면서도 우리 정부의 동의 없는 미국의 군사행동 가능성을 경계했다. 우리나라가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의 주도적인 역할을 담당해야 한다는 문 대통령의 ‘한반도 운전자론’과 같은 맥락이다.
북한을 향한 메시지도 베를린 구상의 기조를 그대로 유지했다. “북핵문제 해결은 핵 동결로부터 시작돼야 한다”고 운을 뗀 문 대통령은 “적어도 북한이 추가적인 핵과 미사일 도발을 중단해야 대화의 여건이 갖춰질 수 있다”고 했다. 이어 “북한에 대한 강도 높은 제재와 압박의 목적도 북한을 대화로 이끌어내기 위한 것이지 군사적 긴장을 높이기 위한 것이 아니다”며 “이 점에서도 우리와 미국 정부의 입장이 다르지 않다”고 했다.
북한이 도발을 지속할 경우 더욱 강한 압박과 제재가 불가피하지만, 대화에 응할 경우 북한 체제 보장과 남북 간 경제 교류 확대가 가능하다는 양면 전략도 반복했다. 베를린 구상 때처럼 이날도 문 대통령은 ‘한반도 신경제지도’ 구상을 거론하며 “남북 간의 경제협력과 동북아 경제협력은 남북공동의 번영을 가져오고 군사적 대립을 완화시킬 것”이라고 했고, 남북 이산가족 상봉과 고향 방문, 성묘, 북한의 평창 동계올림픽 참가를 다시 한번 제안했다. 이밖에 “남북 간 군사적 긴장을 더 악화시키지 않도록 군사적 대화의 문도 열어놔야 한다”고도 했다.
북한을 향한 평화메시지도 베를린 구상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문 대통령은 “우리는 북한의 붕괴를 원하지 않고, 흡수통일을 추진하지도, 인위적 통일을 추구하지도 않을 것”이라며 “통일은 민족공동체의 모든 구성원들이 합의하는 평화적, 민주적 방식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했다. 이어 “북한이 기존의 남북합의의 상호이행을 약속한다면, 우리는 정부가 바뀌어도 대북정책이 달라지지 않도록 국회의 의결을 거쳐 그 합의를 제도화할 것”이라고 제안했다.
그러나 보수 야당은 문 대통령의 광복절 축사를 통한 대북 제안을 평가절하했다. 강효상 자유한국당 대변인은 “마치 북한의 도발 중단을 구걸하는 형국”이라고 비판했다. 전지명 바른정당 대변인은 “원론적 내용만 되풀이했을 뿐 실천을 위한 구체적 해법은 빠졌다”고 지적했다. 손금주 국민의당 수석대변인은 “대북관계에 있어 불안해하는 국민을 다독이고 안심시키기에 부족한 메시지였다”고 밝혔다.
김회경 기자 herme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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