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을 보듬는 일상 속 상담 필요해”
일상에서 해결되지 않은 고민이 있을 때, 앞으로 나아갈 에너지를 잃었을 때, 많은 사람들이 심리 상담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상담은 우울증 등 심각한 상황에서만 하는 것이라는 심리적 장벽도 2030 세대에서는 특히 많이 낮아졌다. 여기에 다양한 자기 정체성이 화두로 떠오르면서 편견 없이 고민을 털어놓을 수 있는 상담자에 대한 욕구도 커지고 있다.
지난 달 31일 문을 연 심리상담센터 ‘에브리마인드’는 주로 2030세대의 일상 속 고민에 집중한다. 여기에 다양한 삶의 모습을 존중한다는 점을 강점으로 내세웠다. 에브리마인드 홈페이지의 소개 화면에는 ‘성별, 성적지향, 장애, 피부색, 언어, 출신지역, 가족형태 및 가족상황, 종교 등을 이유로 한 모든 차별과 편견에 반대합니다’라고 적혀 있다.
지난 11일 서울 용산구 효창공원 근처에 자리잡은 ‘에브리마인드’ 사무실에서 이서현(29) 대표와 정근와(30) 상담심리사를 만났다. 이 대표는 자신의 블로그에 웹툰 ‘서늘한 여름밤의 내가 느낀 심리학 썰’을 연재하고 있다. 그의 웹툰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2030 여성들을 중심으로 많은 공감을 받아 지난해 7월부터는 팟캐스트 방송 ‘서늘한 마음썰’로도 확장됐고, 올해 5월에는 웹툰을 모은 ‘어차피 내마음 입니다’로도 출간됐다.
‘내담자에게는 안전하고 상담자를 착취하지않는’ 상담센터 추구
이 대표는 자신의 블로그에 마음에 대한 웹툰을 올리면서 ‘좋은 상담센터를 추천해 달라’는 요청을 많이 받아 추천 상담센터 리스트를 만든 것이 상담센터를 차리는 데에 큰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나름 평가가 좋은 상담센터 목록을 만들어 공유했는데, 동성애자에게는 ‘결혼하세요’라고 하거나 가정폭력 피해자에게는 ‘남자가 그럴 수도 있죠’식으로 무신경하게 혐오발언을 하는 상담자들을 만났다는 이야기를 들었다”며 “정말 상담이 필요한 사람들이 안전한 상담을 받을 수 있는 곳이 어딘지 모르는 경우가 많다고 느꼈고, 좋은 상담사들을 연결해 주는 일을 하고 싶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초심상담자(보통 상담경력 3년 내외의 상담자)들을 착취하는 구조로 버티는 상담심리 업계에 대한 문제의식도 한 몫 했다. 정 상담사는 “상담업계가 굴러가는 원동력은 초심상담자가 교육비로 숙련 상담사들에게 내는 비용”이라며 “대학원을 나오고 상담심리 자격증을 취득해 상담기관에 취직하는 신입의 연봉이 2,000만원이 넘는 경우가 드물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기관과 상담사간 상담비의 불공평한 배분, 상담사가 기관을 옮길 때 내담자(상담을 받는 사람)도 함께 옮길 수 없는 문제, 기관이 무조건 상담횟수를 늘리라고 강요하는 점 등 기관의 입장이 우선시되는 경우가 많다”며 “상담사를 착취하는 구조에서는 상담의 질이 떨어져 내담자가 피해를 고스란히 입게 된다”고 지적했다.
그래서 에브리마인드는 ‘내담자에게 안전하고, 상담자를 착취하지 않는 심리상담센터’를 추구한다. 이 대표의 블로그에서 만난 상담사들과 그의 지인 8명이 의기투합했다. 상담사가 더 많이 가져가도록 상담비를 배분하고, 상담사에 대한 꾸준한 교육을 제공하며, 하루에 세 번 이상 연속 상담을 금지하는 등의 원칙을 만들었다.
내담자가 직접 상담사를 선택하기도
내담자가 상담사를 만나는 방식도 기존 상담기관에서 일방적으로 상담사를 배정하는 방식과 다르다. 에브리마인드에서는 홈페이지에 실린 모든 상담사의 인터뷰를 읽어보고 상담이 필요한 사람이 직접 자신의 가치관이나 고민과 가장 맞는 사람을 선택해 상담을 요청할 수 있다. 상담사들은 ‘다양성의 가치나 사회정의에 대한 인식을 바탕으로 내담자의 문화적 배경과 가치관, 신념을 존중하고자 한다’, ‘최근에는 성소수자분들을 주로 만나고 있다’ 등 직접 자신의 주요 상담 분야와 상담 철학을 공개한다.
그러나 아무리 상담사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고 편견없는 상담을 약속해도 개인상담은 부담스럽기 마련이다. 이 때문에 에브리마인드에서는 다양한 그룹 워크샵도 제공한다. ▦엄마를 이해하고 싶고 엄마로부터 독립하고 싶은 나를 위한 워크샵이라는 ‘나의 엄마는 누구인가?’ ▦연인과 서로의 가치관에 대해 솔직하게 이야기를 나누는 ‘같이 하기 위한 가치’ ▦2030세대가 가장 많이 고민하는 문제인 ‘진로찾기를 위한 가치관 워크샵’ 등은 티켓을 판매하기 시작하자마자 매진이 될만큼 인기가 좋다.
그렇다면, 누가 상담을 받아야 할까. 이 대표는 “’내가 상담이 필요한 걸까?’라고 한 번이라도 생각한 사람들은 100% 상담을 받아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정신건강서비스에 대한 허들이 너무나 높은 한국 사회에서 상담을 생각한다는 게 쉬운 게 아니죠. 그런 생각을 한다는 것 자체가 바람직한 거에요. 자신을 위해 꼭 상담을 받아보세요.”
글ㆍ사진 = 박소영기자 sosyou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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