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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작권까지 거래… ‘헐값 음원’의 짙은 그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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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작권까지 거래… ‘헐값 음원’의 짙은 그늘

입력
2017.08.15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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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자들이 저작권도 파는 시대다. 최근엔 음악 저작권 거래 사이트도 생겼다. 가수 박혜경(맨 위부터)의 노래 '빨간 운동화'를 비롯해 밴드 버스커버스커의 '서울사람들'과 가수 라디의 '아임 인 러브' 등의 저작권 일부가 거래됐다.
창작자들이 저작권도 파는 시대다. 최근엔 음악 저작권 거래 사이트도 생겼다. 가수 박혜경(맨 위부터)의 노래 '빨간 운동화'를 비롯해 밴드 버스커버스커의 '서울사람들'과 가수 라디의 '아임 인 러브' 등의 저작권 일부가 거래됐다.

볼빨간 사춘기 ‘2억 스트리밍’ 음원 수익이 7,000만 원?

올 상반기 온라인 음악 사이트에서 소비자들은 어떤 가수의 음악을 가장 많이 재생(스트리밍)했을까. 그룹 빅뱅, 트와이스 아니면 가수 아이유? 모두 아니다. 지난해 데뷔한 여성 듀오 볼빨간 사춘기의 음악을 가장 많이 들었다. 노래 ‘좋다고 말해’와 ‘우주를 줄게’, ‘나만 안 되는 연애’의 사용 횟수가 총 2억1,300여 만 건을 넘었다. 멜론 등 6개 음원 사이트의 음원 소비량을 집계하는 가온차트가 낸 ‘2017 상반기 스트리밍 결산 톱20’의 결과다.

볼빨간 사춘기는 음원으로 얼마나 벌었을까. 14일 문화체육관광부(문체부) 저작권산업과에 따르면 음원 사이트 월정액 사용자가 한 곡을 재생했을 때 발생하는 사용료는 4.2원이다. 이 금액에서 저작자(작사ㆍ작곡가 등)에겐 10%가, 실연자(가수ㆍ연주자)에겐 6%의 저작권료가 돌아간다.

볼빨간 사춘기는 작사, 작곡까지 한 덕(?)에 사용료의 16%를 챙길 수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론 반 밖에 손에 쥘 수 없다. 공동 작곡가와 편곡자를 비롯해 연주자와 저작권료를 나눠야 하기 때문이다. 볼빨간 사춘기가 챙길 수 있는 저작권료를 8%로 가정하면 한 곡당 약 0.33원이 떨어진다. 그들의 노래가 2억1,300여 만 건 재생됐으니 발생 수익은 7,000여 만원으로 추정할 수 있다. 6개월 동안 2억 건 재생이라는, 뜨거운 호응의 대가치고는 터무니 없이 적은 수입이다. 음원 사이트가 값싼 월정액제를 시행해 음원이 헐값으로 유통되는 데다, 사용료의 40%를 음원 사이트에 유통 수수료로 지급해야 하는 탓이다.

“창작 자본 위해” 저작권 내놓은 창작자들

창작자들에게 주 수입원이 되어야 할 소득은 저작권료인데, 수익 구조는 미약하기 짝이 없는 게 가요계 현실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창작자들이 저작권 일부를 시장에 내놓는 일이 벌어졌다. 저작권을 담보로 창작에 필요한 돈을 마련하기 위해서다. 실제로 온라인에는 음악 저작권 거래 사이트(뮤직코인)까지 최근 등장했다. 창작자는 저작권을 주식처럼 쪼개 시장에 내놓고, 소비자는 ‘저작권 주식’을 산다. 저작권 중 양도가 가능한 저작재산권을 창작자와 소비자가 공유해 수익을 나눠 갖는 방식이다.

저작권 공유로 창작자들이 얻을 수 있는 혜택은 목돈 마련이다. 가수 라디는 자신의 히트곡 ‘아임 인 러브’의 ‘저작권 주식’을 1만원 기준으로 3,000개를 내놓아 모두 팔았다. 3000명과 저작권을 공유해 3,000만원을 얻은 셈이다. 하지만 이는 일종의 선급금일 뿐이다. 뮤직코인은 ‘아임 인 러브’의 최근 5년 간 저작권료 연간 수익의 평균을 내고 저작권 보호기간(저작자 사후 70년) 동안 얻을 수 있는 수익을 홈페이지에 공개한 뒤 거래를 진행했다. 라디는 앞으로 ‘아임 인 러브’의 ‘저작권 주식’을 산 소비자들과 저작권료 수익을 나눠야 한다.

라디는 “저작권은 창작자에게 중요한 자산인데 정작 저작권으론 대출을 받을 수 없다”며 “누군가 내 곡에 가치 투자를 하고 그 비용으로 또 다른 창작물을 만든다는 취지에 공감했다”고 저작권 수익 공유에 나서게 된 이유를 밝혔다. 라디를 비롯해 밴드 버스커버스커의 노래 ‘서울사람들’과 박혜경의 히트곡 ‘빨간 운동화’를 만든 창작자들이 뮤지코인에 참여했다.

저작권 공유 뿐 아니다. 가수들은 소속사에서 월급을 받기도 한다. 올해 데뷔 2년 차인 트로트 듀오 제이영은 지난해 2월 소속사와 계약을 맺은 뒤부터 멤버마다 150만원씩 월급을 받고 있다. 정작 자신이 낸 곡 수입만으론 창작 활동을 자유롭게 할 수 없다 보니 벌어진 일들이다.

음악 생태계 바로 잡기 위해 음원 사용료 정상화 해야

가요계 관계자들은 창작의 선순환을 위해선 음원 유통 환경을 바로 잡는 게 먼저라고 입을 모은다. 음원 사용료와 저작권료 분배 구조를 바로 잡아 가수가 자신의 노래로 정당한 대가를 받고 자립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록그룹 시나위 멤버이자 바른음원협동조합 이사장인 신대철은 “음악의 가치 회복을 위해 음원 사이트의 일방적인 묶음 상품 할인을 바로 잡고 40%에 이르는 스트리밍 유통 수수료도 낮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문체부는 “‘음원 전송 사용료 징수 규정 개정 효과’에 대한 연구 용역을 이달 외부에 맡겨 12월까지 진행할 예정”이라며 “이 결과를 토대로 음원 전송 사용료 문제를 새롭게 점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양승준 기자 come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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