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백가구 매몰 사망자 늘어날 듯
서아프리카의 소국 시에라리온에서 14일 집중호우에 뒤이은 대규모 산사태로 300명 이상이 숨지고 수천명의 이재민이 발생했다. 미처 대피하지 못하고 흙더미에 깔린 주민도 수백 가구나 돼 희생자는 훨씬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AFP통신에 따르면 이날 오전 시에라리온 수도 프리타운의 리젠트 지역에서 전날 밤부터 내린 폭우로 인근 산비탈이 무너져 내려 가옥 수백 채가 순식간에 매몰됐다. 특히 산사태가 모두가 잠든 새벽 시간대에 주민들을 덮쳐 피해가 컸다. 국제적십자사는 “지금까지 최소 312명이 사망한 것으로 집계됐다”며 “아직 수습되지 않은 시신이 많아 인명피해 규모를 가늠조차 할 수 없다”고 말했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는 흙탕물을 뒤집어 쓴 주민들이 필사의 대피를 하고 물에 잠긴 주택 지붕에 올라가 애타게 구조를 기다리는 동영상 등이 속속 올라오고 있다. 현지 병원 관계자는 “영안실에 수용한 180명의 시신 중 상당수가 어린이들”이라고 참상을 전했다.
시에라리온 당국은 재난 지역에 군을 투입해 구조 작업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빅터 포 시에라리온 부통령은 로이터통신에 “수백명이 사망한 것으로 추정된다. 피해가 너무 심각해 현장 접근을 차단했다”고 밝혔다.
현재 프리타운에는 도시 수용 능력을 초과한 120만명이 살고 있는데, 빈민가가 배수시설이 열악한 해수면을 따라 형성돼 있어 매년 홍수에 속수무책 당하고 있다. 2015년에도 계속된 집중호우로 흙집들이 붕괴되면서 10명이 사망하고 수천명이 삶의 터전을 잃었다.
유엔개발계획(UNDP)이 내놓은 보고서를 보면 시에라리온은 국민의 60%가 빈곤선 이하로 살아가는 최빈국 중 하나이다. 2014년에는 치사율이 90%에 달하는 에볼라 바이러스가 창궐해 4,000여명이 숨지기도 했다.
김이삭 기자 hir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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