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상 후보 시리아 민간구호대
車ㆍ무전기 뺏기고 머리에 총상
“복면 괴한들이 비열한 행위를 했다(Cowardly acts of masked men).”
지난해 노벨평화상 후보에까지 올랐던 시리아의 민간구호단체 ‘하얀 헬멧’(White Helmets) 대원 7명이 한꺼번에 피살되는 사건이 발생하자 국제사회가 커다란 충격에 빠졌다. 총알과 폭탄이 쏟아지는 전장에서 사선을 넘나들며, 아군과 적군의 구별 없이 오로지 생명을 구하고자 헌신하는 민간인들마저 테러 대상으로 삼는 잔인무도함에 분노를 감추지 못하는 모습이다.
13일(현지시간) 영국 BBC 방송 등에 따르면 미국 국무부는 전날 ‘하얀 헬멧’ 대원 7명이 총격 살해된 사건에 대해 이날 성명을 내고 “슬픔에 잠겼으며, 소름이 끼칠 만큼 충격적”이라고 밝혔다. 이어 “복면을 쓴 괴한들이 저지른 이 비열한 행위는 믿을 수 없을 만큼 위험한 상황에서도 생명을 구하기 위해 가장 먼저 달려가 지칠 줄 모르고 일했던 민간 자원봉사자들의 목숨을 앗아갔다”고 테러 행위를 비난했다. 프랑스 외교부도 이번 공격을 규탄했으며, 유엔 인도주의 업무조정국(OCHA) 또한 “비탄을 금할 수 없다”고 밝혔다.
국제사회가 한목소리로 규탄한 이 사건은 전날 시리아 반군이 장악한 지역인 이들리브주(州) 사르민에 있는 구조센터에서 발생했다. 교대 근무를 위해 도착한 대원들에 의해 이전 근무조 7명이 머리에 총상을 입고 숨진 채로 발견된 것이다. 센터가 보유한 차량, 무전기도 사라졌는데 현지에선 무장단체에 의해 ‘처형’을 당한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공격 배후를 자처하는 세력이 나타나지 않고 있어 누구의 소행인지 밝혀지려면 좀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시리아 민방위가 공식 명칭인 ‘하얀 헬멧’은 대원들이 흰색 헬멧을 쓰고 내전 현장을 누비고 다니는 바람에 생긴 별명이다. 시리아 반군 소속인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특정 정치세력과의 연계 없이 ‘중립’을 표방하고 있으며 특히 전투 현장에선 어느 편이든 가리지 않고 인명구조 활동을 수행하고 있다. 노벨평화상 수상 후보로 꾸준히 거론되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2013년 초 자원봉사단체로 출범한 이 단체에선 현재 제빵사와 재단사, 목수, 전기기사 등 3,000여명이 활동 중이다.
김정우 기자 wookim@hankookio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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