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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대 교수가 대로변에서 후배 의사들 30분간 폭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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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대 교수가 대로변에서 후배 의사들 30분간 폭행

입력
2017.08.14 16: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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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릎 꿇어 앉힌 뒤 발로 얼굴 차

피해자 징계 요구에 보직 해임

의료계 군기 잡기 악순환 충격

전북 익산시 원광대병원 의대교수가 저녁 술자리에서 후배들을 무차별 폭행해 물의를 빚고 있다. 원광대병원 전경.
전북 익산시 원광대병원 의대교수가 저녁 술자리에서 후배들을 무차별 폭행해 물의를 빚고 있다. 원광대병원 전경.

전북 익산 원광대병원 의대 교수가 저녁시간 만취 상태에서 후배 교수들을 대로변에 꿇어앉힌 뒤 무차별 폭행한 사실이 뒤늦게 드러나 물의를 빚고 있다. 인턴, 레지던트 과정에서 자주 발생하는 의료계의 ‘군기잡기’ 폭행이 의대 교수사회까지 연결되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14일 원광대병원 등에 따르면 지난달 17일 이 병원 교육연구부장이던 소화기내과 A교수가 후배 교수 4명을 익산시 신동 대로변에서 30분 넘게 폭행한 것으로 드러났다. A교수는 이날 병원장 주제로 간담회를 겸한 저녁 식사를 마친 뒤 자리를 옮겨 2차 술자리를 하던 중 일행끼리 언쟁이 붙자 후배 교수 4명을 길거리로 불러내 버스정류장 옆에 꿇어앉힌 뒤 발로 얼굴을 차는 등 폭력을 휘두른 것으로 알려졌다. 폭행을 당한 교수들은 얼굴이 찢기거나 멍이 들고 안경이 깨졌다.

다음 날 뒤늦게 사태의 심각성을 파악한 A교수는 “술에 취해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며 후배 교수들에게 사과했다. 하지만 심한 폭행과 모욕을 당한 교수 중 1명이 병원 측에 A교수의 징계를 요구했고 병원 측은 사건 발생 보름이 지난 뒤에야 A교수를 보직 해임하고 학교에 징계를 요청하는 선에서 사건을 일단락 시켰다.

소화기내과 분야 권위자로 알려진 A교수의 폭행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면서 의료계의 군기잡기식 폭력이 교수사회까지 퍼진데 대해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또 피해 교수들이 사과를 받고 서로 합의한 만큼 더 이상 문제 삼지 않겠다는 입장이지만 A교수에 대한 처벌 수위를 높여야 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앞서 전북의 B병원 정형외과에서는 수련의 김모(34)씨가 3개월 동안 폭언, 폭행, 얼차려 등으로 시달리다 지난 2월 사직서를 제출하고 가해자 처벌을 요구하고 나서 물의를 빚었다. 이 병원은 2년 전에도 수련의 군기잡기 폭행 사건이 발생해 집단민원이 제기됐지만 폭행사건 피해자가 후배들을 폭행하는 대물림 문화는 여전히 반복되고 있다.

원광대병원 관계자는 “피해 교수들이 처벌을 원치 않는 점을 감안해 A교수를 보직 해임했다”며 “이번 일은 개인 신분으로 술을 마시다 발생한 사건으로 가해자와 피해자들이 모두 합의했고 사회적으로 파장이 확산되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고 말했다.

익산=하태민 기자 hamo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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