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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모르게 내 식탁에 ‘옥자’가 놓여있다면

입력
2017.08.14 16: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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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아쿠아바운티 테크놀로지사는 2015년 같은 연령의 일반 연어(앞)와 유전자변형 연어(뒤) 크기를 비교한 사진을 공개했다. 유전자변형 연어는 성장기가 지난 이후에도 계속 성장호르몬을 분비해 일반 연어의 두 배로 성장한다. 아쿠아바운티 테크놀로지 홈페이지.
미국 아쿠아바운티 테크놀로지사는 2015년 같은 연령의 일반 연어(앞)와 유전자변형 연어(뒤) 크기를 비교한 사진을 공개했다. 유전자변형 연어는 성장기가 지난 이후에도 계속 성장호르몬을 분비해 일반 연어의 두 배로 성장한다. 아쿠아바운티 테크놀로지 홈페이지.

당신은 저녁식사로 담백한 연어스테이크를 먹었다. 그런데 그 스테이크가 알고 보니 영화 ‘옥자’ 속 돼지와 같은 유전자변형(GM) 동물로 만든 것이라면?

캐나다에서 실제로 이 같은 일이 일어났다. 지난 1년간 약 5톤의 유전자변형 연어가 별도 표시 없이 전국에 유통된 것이다. 이러한 사실은 GM연어를 개발ㆍ유통한 미국 아쿠아바운티 테크놀로지사가 지난 4일 발표한 2분기 실적보고서를 통해 드러났다. 유전자 변형 동물이 시판된 것은 전세계적으로 처음이다.

아쿠아바운티사가 판매한 GM연어는 왕연어의 성장호르몬 유전자와 등가시치과 물고기의 유전자를 혼합한 뒤 일반 연어에 삽입해 개발됐다. GM연어는 끊임없이 성장호르몬을 분비하기 때문에 일반적인 양식 연어보다 75% 적게 먹으면서도 두 배 빠르게 성장한다. 생김새도 맛도 일반 연어와 큰 차이가 없다.

캐나다 정부는 “GM연어를 일반 연어와 구분하는 것이 큰 의미가 없다고 생각해 별도 표시를 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정부가 4년간 GM연어를 시험한 결과 안전과 영양 면에서 일반 연어와 별 차이가 없었다는 것이다. 캐나다는 기존에 판매되는 다른 ‘유전자변형식품(GMO)’에도 별도 표시를 의무화하지 않고 있다.

캐나다 시민들과 환경단체들은 실험용 쥐가 됐다며 분노하고 있다. 소비자의 알 권리를 보장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소비자단체 VOGM의 활동가 티볼트 라인은 “GM연어는 2015년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안전성 가이드라인을 만들기 전까지 수입을 금지한 제품”이라며 “GMO 표시는커녕 이런 식품이 팔린다는 사실조차 알리지 않은 것은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대형 슈퍼마켓 체인인 IGA와 코스트코(Costco)는 GM연어를 판매하지 않겠다고 공식 선언했다.

영화 '옥자'의 한 장면. 옥자 예고편 캡쳐
영화 '옥자'의 한 장면. 옥자 예고편 캡쳐

GM 연어, 식당가면 모르고 먹게 될 수도

시판된 건 GM연어가 처음이라지만 이미 다양한 GM동물이 개발돼 있다. 2015년 김진수 서울대 화학부 교수와 윤희준 중국 옌벤대 교수 공동 연구진은 ‘옥자’와 같은 ‘슈퍼돼지’를 만드는데 성공했다. 돼지의 근육성장을 막는 유전자를 제거해 일반 돼지보다 크게 자랄 수 있도록 한 것이다. 2010년 캐나다 겔프대 연구진도 비슷한 돼지를 만들었고, 영국에서는 2011년 조류인플루엔자(AI)에 걸리지 않는 닭을 만들기도 했다.

그렇다면 혹시 우리나라 소비자들도 대형마트에서 GM연어를 비롯한 GM동물인 줄 모른 채 구입하게 되는 건 아닐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 점은 안심해도 된다. 우리나라는 캐나다와 달리 이미 ‘GMO 표시제’를 시행하고 있다. ‘유전자변형식품등의 표시기준’ 제3조에 따르면 식품용으로 승인된 유전자변형농축수산물과 이를 원재료로 하여 제조ㆍ가공한 유전자변형식품등에는 GMO 표시를 해야 한다. 소비자들은 마트에서 GM연어와 일반 연어를 선택해 구매할 수 있고, 캐나다처럼 GM연어인 줄도 모른 채 사먹는 일은 없을 거란 얘기다.

문제는 음식점에서 연어를 먹게 될 경우다. 음식점에서 GM연어 등을 조리해 손님의 식탁에 내놓더라도 그것이 GMO라는 것을 알릴 의무는 없다. 원산지표시제에 따라 소비자들은 연어가 노르웨이 출신인지 캐나다 출신인지만 알 수 있을 뿐이다. “현재로선 GMO는 주로 식품 가공용으로 사용되고 일반음식점에서는 많이 쓰이지 않기 때문에 이와 관련한 규정을 두고 있지 않다”는 게 식품의약품안전처 관계자의 말이다.

그러니 더 무서운 건 가공식품이다. 현행 GMO 표시제는 유통과정에서 비의도적으로 섞인 GMO가 3% 이하면 별도 표시를 하지 않도록 하고 있다. 제조 과정에서 단백질 구조가 파괴돼 과학적 검증이 불가능한 경우도 마찬가지다. 윤철한 소비자정의센터 팀장은 “비의도적 GMO 혼입 비율을 0.9%이하만 인정하는 유럽연합(EU)과 비교해 우리나라 소비자들은 GMO 첨가사실을 모른 채 식품을 고를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GMO가 인류의 식탁에 오른 지 약 30년이 됐음에도 안정성 논란이 지속되고 있는 만큼 소비자의 선택권을 최대한 보장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김은진 원광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GM고기뿐 아니라 현재 유통되는 GM대두 등도 음식점을 통해 먹게 될 경우 소비자들은 그 사실을 알 수가 없다”며 “GMO 표시기준을 점차적으로 확대하는 등 소비자의 알권리를 보장할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옥자’를, 또 GM연어를 먹지 않을 권리가 소비자들에게 있다는 것이다.

신혜정 기자 aret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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