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광복절을 앞두고 명성황후(1851∼1895)의 초상화로 추정되는 그림이 새로 공개됐다. 고미술품 등을 주로 전시하는 다보성갤러리는 대한제국 선포 120주년, 광복 72주년을 맞아 14일 개막한 ‘구한말ㆍ일제강점기 특별전’에서 평상복을 입고 있는 ‘전(傳) 명성황후 초상’을 공개했다.
이 초상화는 가로 48.5㎝ 세로 66.5㎝ 크기로 흰 옷을 입은 여성이 손을 가지런히 모으고 서양식 의자에 앉아 있는 모습이다. 머리에는 수건을 두건으로 썼고, 왼손에는 초록빛의 옥반지를 끼고 있다. 지금까지 명성황후로 확정된 초상화나 사진이 없어 그의 정확한 얼굴도 알 수 없는 상황이다. 다보성갤러리 측은 “평상복이지만 저고리는 모란문, 치마는 부평초꼴의 무늬가 있는 고급 복식”이라며 “그림 속 인물이 착용한 신발 역시 고급 가죽신으로 왕비의 초상화로 추정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이승만 전 대통령이 쓴 ‘독립정신’의 명성황후 추정 사진과 용모와 분위기가 비슷하다는 점도 꼽았다.

족자 뒷면에는 부인초상(婦人肖像)이라는 글자가 세로로 적혀 있는데, 다보성갤러리는 적외선 촬영 결과 ‘부인’ 글자 위에 ‘민씨’(閔氏)라는 글씨가 훼손된 것을 확인했다고 덧붙였다. 학계에서는 이 그림을 명성황후 초상화로 단정할 만한 결정적 단서가 없다는 반론도 제기된다.

31일까지 열리는 이번 특별전에는 명성황후 추정 초상화 외에도 당대를 살았던 인물들이 남긴 묵적 190여점을 비롯한 유물 300여점이 전시된다. 이준, 윤봉길, 손병희 등 독립운동가 15인이 직접 글씨로 남긴 한시와 산문, 자작시 등 27편이 공개된다. 명성황후를 시해한 일본인 미우라 고로, 이완용 등 조선인 친일파, 이토 히로부미 등 조선총독부 관료 등의 글씨도 함께 전시된다. 김종춘 다보성갤러리 관장은 “독립운동가들의 활약과 시대상황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고자 독립운동가와 친일파의 작품을 함께 공개하는 전시를 오랫동안 기획해 왔다”며 “감상은 물론 역사자료로도 널리 활용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양진하 기자 realh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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