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스틴 토마스(24ㆍ미국)는 유년시절 PGA챔피언십을 통해 골프선수의 꿈을 키웠다. 미국 켄터키주 루이빌에서 PGA프로 출신의 할아버지와 클럽 프로 출신의 아버지 밑에서 자란 토마스는 7세이던 2000년, 집 근처에서 열린 PGA챔피언십 대회에 갤러리로 방문했다가 타이거 우즈(42ㆍ미국)의 플레이를 보고 골프선수가 되기로 마음먹었다. 그는 “그 때 내 눈으로 본 대회의 광경과 우즈의 플레이, 그것이 내가 골프선수가 된 이유다”라고 회상했다.
14일(한국시간)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 샬럿의 퀘일할로 골프장에서 끝난 미국프로골프(PGA)챔피언십 최종 4라운드. ‘꿈의 무대’에서 생애 첫 메이저 타이틀 사냥에 나선 그는 3라운드까지 공동 4위에 머물러 있었다. 12년 만에 와이어 투 와이어 우승을 노리는 케빈 키스너(33ㆍ미국), 통산 두 번째 아시아인 메이저 타이틀에 도전하는 마츠야마 히데키(25ㆍ일본) 등 쟁쟁한 상대들이 그의 앞에 있었다. 4라운드에서 마츠야마와 동반플레이에 나선 토마스는 첫 홀부터 보기를 기록, 전반을 오버파로 마치며 우승 경쟁에서 밀려날 위기를 맞았다.
그때 기적의 10번 홀(파5)이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토마스가 친 티샷이 왼쪽으로 크게 벗어나 날아가다가 나무를 맞고 다시 페어웨이로 들어오는 행운이 따랐다. 이는 예고에 불과했다. 두 번째 샷을 그린 뒤로 보낸 뒤 세 번째 어프로치를 홀 2.5m 거리까지 붙인 토마스는 손쉽게 버디를 낚는 듯 했다. 그러나 홀을 향해 잘 굴러가던 공은 갑자기 컵 가장자리에서 멈추고 말았다. 갤러리들이 탄식을 내질렀고, 한참을 바라보던 토마스도 포기하고 돌아섰다. 일말의 가능성이라도 바라는 듯 모두가 숨죽이며 몇 초가 흘렀다. 그 때 꼼짝도 안 하던 공이 갑자기 마법처럼 홀 안으로 빨려 들어가 버디가 됐다. 홀 가장자리에 머문 지 12초 만이었다.
2005년 마스터스 4라운드 16번 홀에서 우즈의 칩 샷이 홀 앞에서 멈추고 나서 몇 초 뒤 컵으로 빨려 들어가 버디가 됐던 장면을 연상케 했다. 어린 시절 자신의 우상이 한 것과 똑 닮은 방식으로 버디를 잡은 토마스는 13번 홀에서도 그린 바깥에서 시도한 칩샷이 그대로 버디로 연결되며 단독 선두로 치고 나갔다. 그의 신들린 플레이에 공동선두 그룹을 형성하던 다른 선수들이 크게 흔들리기 시작했고 토마스는 17번 홀 4.5m 짜리 버디 퍼트를 성공시키며 승부에 쐐기를 박았다. 그는 우승상금 189만 달러(약 21억6,000만 원)와 함께 이 대회 우승자에게 주는 ‘워너메이커’ 트로피의 주인공이 됐다.
올 시즌 3승을 거두며 생애 최고의 해를 보내고 있는 토마스는 이로써 메이저 우승컵도 추가, 전성기 기량을 다시 한 번 입증했다. 최연소 커리어 그랜드슬램에 도전한 동갑내기 절친 조던 스피스(미국)는 2오버파 공동 28위로 부진했지만, 친구의 첫 메이저 우승을 누구보다 기뻐해줬다. 토마스는 “기다리고 또 기다리는 인내가 쌓이면 언젠간 기회가 올 거라고 생각했다”고 웃어 보였다. 꿈에 그리던 메이저 챔피언이 된 뒤 시상식을 마치고 돌아온 그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이 모든 게 꿈이 아니었으면 좋겠다”고 적었다.
박진만 기자 bpbd@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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