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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채권 추심으로 50% 고수익…뒷말 사는 국민행복기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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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채권 추심으로 50% 고수익…뒷말 사는 국민행복기금

입력
2017.08.14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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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조짜리 연체채권 8803억원에 사들여 1.3조 회수

민간 추심업체에 채권 회수 위탁, 실적 따라 성과급

채권 회수 늘어날수록 금융사 돌려받는 돈 많아져

10명 중 1명만 신용회복, 추심에만 매달린단 지적

저신용자의 빚 부담을 덜어주겠다는 박근혜 전 대통령의 공약에 따라 지난 2013년 출범한 국민행복기금(이하 행복기금)이 그간 금융사들로부터 사들인 부실채권으로 50%의 높은 수익률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채권 회수를 위탁한 추심업체에겐 실적이 높을수록 성과급을 더 지급하는 식의 운영으로 “채무조정보다 채권추심에 더 주력하는 것 아니냐”는 뒷말도 사고 있다.

13일 본보가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을 통해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13년 5월부터 올해 7월까지 행복기금이 연체자 250여만명에게 회수한 대출 연체금은 1조3,197억원으로 집계됐다. 이 기간 동안 행복기금은 금융사 등이 보유한 원금 기준 총 16조4,350억원 어치의 장기연체채권을 원금의 5.3%인 8,803억원(구 신용회복기금이 매입한 채권 2,891억원 포함)에 사들였다. 최근 5년간 매입원가보다 4,394억원을 추가로 회수한 셈인데, 수익률로 따지면 무려 50%에 달한다. 한 민간 추심업체 관계자는 “매입원가 대비 수익률 50%는 민간에선 거두기 어려운 놀라운 성과”라고 평가했다.

앞서 지난 2013년 3월 옛 신용회복기금이 문패를 바꿔 달고 출범한 행복기금은 출범 당시 은행, 대부업체 등 3,800여 금융사로부터 연체 6개월 이상, 1억원 이하의 장기연체채권(연체자 103만명)을 5,912억원을 들여 일괄 매입하는 한편, 옛 신용회복기금(78만명) 등이 보유하던 연체채권도 무료로 넘겨 받았다. 채무자가 각 금융사에 진 빚이 국가 정책에 따라 행복기금으로 넘어간 셈이다. 대신 채무자가 행복기금에 채무조정을 요청하면 원금의 50~90%를 깎아주고 나머지는 10년에 걸쳐 나눠 갚도록 해줬다.

하지만 행복기금을 통한 채무조정 실적은 상대적으로 미미한 반면, 채권추심에 더 매달린 것 아니냐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실제 그간 행복기금에서 채무조정을 받은 사람은 전체 대상자 280만명 중 20%인 58만2,000명에 불과하다. 이 중 실제로 빚을 완전히 털어낸 사람은 31만3,000명으로 10명 중 1명 꼴이다.

반면 행복기금은 출범 당시 23개 신용정보회사(채권추심업체)에 추심 업무를 위탁했는데, 추심 실적에 따라 성과급을 지급하는 방식이었다. 이렇다 보니 추심업체들이 소멸시효가 완성된 연체자를 상대로 채권 추심에 나서는 등 과잉 추심 사례가 적지 않았다.

행복기금은 또 추심 비용을 뺀 나머지 초과 수익 전부를 다시 금융사에 돌려주는 ‘사후 정산방식’으로 금융사와 채권매입 계약을 맺어 뒷말을 사고 있다. 추심업체가 실적을 낼수록 금융사의 이익이 커지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정부 관계자는 “사후정산 방식은 금융사의 적극적인 채권 매각을 유도하기 위한 조치였다”며 “금융사에게 큰 이익이 돌아갈 것으로 보진 않는다”고 말했다.

박용진 의원은 “추심업체에 성과급까지 주며 추심을 맡긴 건 사실상 과잉 추심을 방치한 것과 같다”며 “추심 방식은 물론 행복기금 기능에 대한 대대적 개편을 주문하겠다”고 말했다.

김동욱 기자 kdw1280@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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