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이한 각료명칭 영문번역 혼돈
아베 정권 슬로건 정치 도마에
위기 때마다 신조어를 만들어 돌파구를 찾아온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의 슬로건 정치가 다시 도마에 오르고 있다. 2012년 제2차 정권 출범 후 ‘여성활약’ ‘1억 총활약사회’등 독특한 캐치프레이즈를 각료 이름에 붙여온 아베 총리는 지난 3일 개각에서도 ‘사람만들기혁명 담당장관’직을 신설해 모테기 도시미쓰(茂木敏充) 경제재생장관에게 겸임시켰다. 그런데 각료명의 영어표기를 보면 의미전달이 어렵거나 뉘앙스가 달라 국내용에만 그친다는 지적이 쏟아진다.
대외홍보를 위해 일본정부가 부처 홈페이지에 게재한 각료명의 영어명칭 중 사람만들기혁명장관은 ‘Minister for Human Resources Development’로, 직역하면 ‘인재개발담당장관’이다. 1억총활약은 ‘Promoting Dynamic Engagement of All Citizens’(전국민의 정력적인 참여 추진) 쯤으로 설명된다.
당초의 생생한 정책추진 의지가 전달되지 않거나 좀처럼 감을 잡기 힘든 이름이 되는 셈이다. 예를 들면 1억 총활약담당 장관은 저출산고령화 정책을 총괄하는 장관인데 영문명 만으로는 요령부득이다. 이를 두고 마이니치(每日)신문은 일본어로는 강한 충격을 줄 수 있는 ‘혁명’이나 ‘1억’같은 단어가 영문 번역에는 빠져있다며 현 정권이 단어 자체의 의미보다 대국민 이미지 전략을 우선하다 보니 애매한 영어번역을 붙이게 됐다고 안팎의 반응을 전했다.
실제 사람만들기혁명장관은 무슨 일을 하는지 의문을 품는 여론이 많다. ‘사람만들기 혁명’은 아베 총리가 지난 6월 사학스캔들에 대해 사과하는 기자회견에서 처음 내놓은 개념이다. 아베 총리는 “인생 100년 시대의 경제사회 모습을 대담하게 구상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교육무상화부터 재취업교육, 고령자 고용, 사회보장확대까지 적용대상이 너무 넓어 모호하다. 이 때문에 일각에선 “이름과 내용이 차이가 있다”는 반론도 나온다. 일하는방식개혁 장관이나 1억총활약 장관과 역할분담이 어떻게 되는지 이해하기 어렵다는 목소리도 있다.
일본에선 이전에도 1960년대초 이케다 햐야토(池田勇人) 총리의 ‘소득배증론’, 1970년대 다나카 가쿠에이(田中角榮)의 ‘일본열도개조’처럼 대중에게 호소력을 가지며 사회변화를 이끈 구호들이 있었다. 그러나 아베 정부는 국민 신뢰를 잃은데다 지지율이 꺾이기 시작하니 구호만 남발한다는 냉소적 반응이 쏟아지고 있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는 “각료 이름에 혁명을 붙이는 경우는 들어본 적이 없다” “사람만들기혁명은 몇번을 읽어도 무슨 뜻인지 모르겠다” “나가타초(永田町ㆍ총리관저가 있는 곳)의 사람부터 만들라”는 비판과 조롱이 퍼지고 있다.
도쿄=박석원 특파원 spar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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