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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 24시] 中공안, 다단계 금융사기와 전쟁 시작

입력
2017.08.13 1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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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50만명 가입 ‘산신후이’ 여파

사전에 청년ㆍ중산층 피해 차단

톈진서만 420여개 업체 적발

최근 중국 공안당국에 단속된 톈진의 한 피라미드 조직의 회원들 모습. 신경보
최근 중국 공안당국에 단속된 톈진의 한 피라미드 조직의 회원들 모습. 신경보

중국 공안당국이 피라미드형 다단계 금융사기와의 전쟁을 선포했다. 취업난을 겪는 젊은 세대와 돈줄이 마른 중산층이 고수익의 유혹에 쉽게 빠지면서 심각한 사회문제가 되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 정부는 이들 조직이 비대해질 경우 제2의 파룬궁(法輪功) 사태로 번질까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신경보ㆍ제일재경일보 등 중국 언론들은 최근 공안당국이 베이징(北京)과 톈진(天津), 광둥(廣東)성 광저우(廣州), 저장(浙江)성 항저우(杭州) 등지에서 동시다발적으로 다단계 금융업체들을 대상으로 ‘소탕 작전’을 실시했다고 보도했다. 이틀간 실시된 이번 단속에선 톈진 한 곳에서만 420여개 업체가 적발돼 5,800여명이 조사를 받았으며 이 중 85명이 체포ㆍ구금됐다.

그간 사후적으로만 다단계 금융업체 활동을 문제삼아온 공안당국이 서슬퍼런 칼을 꺼내든 건 이른바 ‘산신후이(善心匯) 사태’ 여파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기부금’에 최대 50%의 이익을 돌려주겠다며 550여만명을 끌어모은 다단계 업체 산신후이는 장톈민(張天明) 이사장이 사기 혐의로 붙잡히자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회원들의 베이징 상경 시위를 독려했고, 그 결과 회원 6만여명이 지난달 24일 베이징 다훙먼(大紅問) 국제회의센터 근처에서 장톈민 석방과 박해 중단을 요구하는 대규모 시위를 벌였다.

지난달 24일 중국 베이징 다훙먼 국제회의센터 앞에서 다단계 금융업체 산신후이의 회원 6만여명이 사기 혐의로 체포된 장톈민 이사장의 석방을 요구하며 시위를 벌이고 있다. 명보
지난달 24일 중국 베이징 다훙먼 국제회의센터 앞에서 다단계 금융업체 산신후이의 회원 6만여명이 사기 혐의로 체포된 장톈민 이사장의 석방을 요구하며 시위를 벌이고 있다. 명보

공안당국은 1999년 4월 중국 지도부의 거주지인 중난하이(中南海)를 에워싼 파룬궁 회원들의 시위 이후 최대인파가 모이자 발칵 뒤집혔다. 시위대는 반정부 성격으로 비치는 걸 경계해 ‘공산당 만세’를 외치기도 했지만, 공안당국은 곧바로 산신후이를 피라미드형 불법 다단계 금융업체로 규정한 뒤 장톈민의 과거 연설ㆍ강연의 일부 내용에 유사종교적 색채가 강하다며 본격적인 와해 작전에 돌입했다.

공안당국이 과도한 정치적 잣대까지 들이대긴 했지만, 산신후이는 명확한 이윤창출 시스템 없이 신규 회원을 끌어오는 기존 회원에게 새로 유입된 투자금 일부를 배당으로 지급하는 전형적인 폰지 사기 업체에 가깝다. 회원들은 이 같은 구조에는 눈을 감은 채 평균 30%가 넘는 고수익에만 몰두했고, 장톈민은 자신의 사기 행각을 ‘빈민 구제’로 포장했다.

중국은 2005년 다단계 금융업을 불법으로 규정했다. 하지만 인터넷ㆍ모바일 기술의 급속한 발전, O2O(온ㆍ오프라인 결합) 사업모델 확산 등을 악용한 신종 다단계 금융업이 급속히 확산되고 있다. 대학생을 비롯한 청년층의 가입이 눈에 띄게 늘면서 공안당국 공식통계에서만 지난 7년간 다단계 금융업에 피해를 본 젊은이 33명이 목숨을 끊었을 만큼 사회문제가 된 지 오래다. 지난해 P2P(개인 간 결합) 금융업체 e-쭈바오(租寶)의 폰지 사기로 90여만명이 500억위안(약 8조4,000억원)의 피해를 봤을 때도 뒤늦게 나섰던 공안당국이 어쨌든 이번엔 선제적인 조치를 취한 셈이다. 중국 인민은행도 온라인 금융업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겠다고 나섰다.

베이징=양정대 특파원 torc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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