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시즌을 마지막으로 현역 생활을 마무리하는 ‘국민 타자’ 이승엽(41ㆍ삼성)이 11일 대전 한화전에서 한국프로야구 사상 최초로 은퇴 투어에 나섰다. 하지만 하늘도 이승엽을 떠나 보내는 것이 아쉬운 듯 경기 시작 전 굵은 비를 뿌렸다. 다행히 비가 그치면서 한화 구단이 정성껏 준비한 이승엽의 은퇴 투어 행사를 정상적으로 시작했다.
이승엽은 첫 행사로 오후 5시30분부터 대전 한화생명 이글스 파크 홍보관에서 자신의 등 번호 숫자만큼 특별히 초청 받은 어린이 팬 36명을 위한 사인회를 진행했다. 어린이 팬들은 이승엽에게 사인을 받고 사진도 찍었다. 이승엽은 어린이 팬들과 눈을 맞추며 “와줘서 고맙다”고 인사를 했다. 또 어린이 팬을 위한 손목 보호대를 자비로 마련해 선물하기도 했다.
비로 젖은 그라운드 정비에 시간이 걸리면서 다른 은퇴 투어 일정은 조금 미뤄졌다. 예정보다 20분 늦은 6시30분부터 이승엽 관련 영상이 전광판에서 흘러나왔다. 하이라이트는 한화가 준비한 은퇴 선물 공개였다.
이승엽이 3루 원정 더그아웃에서 팬들의 환호 속에 그라운드 위로 걸어 나오자 한화 주장 송광민과 이승엽의 동갑내기 친구 박정진, 경북고 후배 배영수, 대표팀에서 이승엽과 함께 뛴 김태균, 정근우, 이용규까지 한화 선수 6명이 그라운드로 나와 첫 번째 은퇴 선물을 전달했다. 바로 한화 선수들의 응원 메시지가 담긴 베이스였다. 한화 선수단은 “이승엽 선배가 수없이 밟으며 활약한 베이스에 마음을 담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박종훈 한화 단장과 이상군 감독대행이 이승엽의 등 번호 ‘36’과 한화 홈 대전ㆍ청주구장에서 이승엽이 달성한 기록을 새긴 현판을 선물했다. 이 현판에는 이승엽의 좌우명 ‘진정한 노력은 결코 배신하지 않는다’는 문구를 새겼다.
깜짝 손님도 등장했다. KBO리그 최다승 투수이자 한화의 전설 송진우가 1루 더그아웃에서 걸어 나와 이승엽에게 보문산 소나무 분재를 안겼다. 소나무는 보문산의 상징이자, 대전의 시목이다. 한화 구단은 “대전구장 홈 플레이트에서 보문산 정상에 공이 닿으려면 약 2,600m를 날아가야 한다. 비거리 115m짜리 홈런 23개가 필요하다”며 “비 한화 선수 중 총 비거리로 보문산 정상에 닿을 만큼 대전구장에서 많은 홈런을 친 선수는 이승엽뿐”이라고 의미를 설명했다.
한화가 준비한 세 가지 선물로 이승엽의 은퇴 투어는 본격적인 시작을 알렸다. 이제 남은 8개 구단에서 이승엽에게 특별하고도 의미 있는 선물을 주기 위한 아이디어 경쟁이 더 치열하게 펼쳐진다.
김지섭기자 oni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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