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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의 분쟁지역] 미얀마의 로힝야 마을 봉쇄, 심상치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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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의 분쟁지역] 미얀마의 로힝야 마을 봉쇄, 심상치 않다

입력
2017.08.11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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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얀마 민족주의 불교 승려들이 3일 수도 양곤 시내에서 이슬람 소수민족인 로힝야족에 대해 정부가 미온적으로 대처하고 있다고 항의하며 연좌 시위를 벌이고 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20여개 국제인권단체는 앞서 4일 미얀마 정부에 민족주의 불교도들의 혐오와 폭력, 공포 조장 행위에 대한 우려를 제기했다. AP 연합뉴스
미얀마 민족주의 불교 승려들이 3일 수도 양곤 시내에서 이슬람 소수민족인 로힝야족에 대해 정부가 미온적으로 대처하고 있다고 항의하며 연좌 시위를 벌이고 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20여개 국제인권단체는 앞서 4일 미얀마 정부에 민족주의 불교도들의 혐오와 폭력, 공포 조장 행위에 대한 우려를 제기했다. AP 연합뉴스

미얀마 서부 라카인주 내 이슬람 소수민족 로힝야족의 한 마을이 무장 불교도들에 의해 최근 2주째 봉쇄되고 있다. 다수 언론과 현지 주민의 말을 종합해보면 라티동 지역 제디핀 마을에 사는 로힝야 주민 600여명은 지난달 29일 이후 일절 마을 밖으로 빠져 나오지 못하는 상황이다. 전체 주민 중 10%에도 못 미치는 이들을 나머지 90% 이상의 불교도 라카인족이 철저히 통제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인근 지역에서 몰려온 다른 라카인족도 긴 칼과 장대 등으로 무장한 채 합세하면서 언제 폭력 사태로 격화해도 이상하지 않은 위험한 상황이 전개 되고 있다.

이웃마을 ‘타 피에 도’의 50대 주민 알리(가명)는 “제디핀 마을에 조금이라도 여유가 있는 주민들이 가난한 이웃에 쌀을 나눠주며 하루 한두 끼니만으로 연명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필자에게 현지 상황을 전했다. 알리에 따르면 오랜 갈등 상황에도 불구하고 로힝야족, 라카인족 등이 교류를 이어오던 유일한 공간인 제디핀의 마을 시장에도 이제는 전운 만이 감돌고 있다.

로힝야족과 라카인족은 2012년 6월 미얀마 정부군의 로힝야족 학살 논란이 불거진 불교도와 무슬림 간 유혈충돌 이후 줄곧 긴장 상태이긴 했으나 최근 ‘봉쇄 국면’으로 전환된 경위는 여러모로 수상하다. 발단은 지난달 27일 제디핀 마을과 인접한 차웅 르와 마을에서 불교도 주민 셋이 산행을 떠났다 그 중 1명이 실종된 사건. 돌아온 이들에 대한 다른 정보는 전혀 전파되지 않았으나, 다음날부터 돌연 라티동 지역 전역에서 실종자를 찾겠다는 불교도들이 몰려들었다. 동시에 ‘아웅산 수치 국가자문역 사무소’는 실종자가 발생한 마유 산악지대에서 지난해 10월부터 활동을 개시한 로힝야 반군 캠프를 발견했다고 발표했다. 이에 실종 사건 발생 단 이틀 만에 무장한 불교도들이 마유산 밑자락에 위치한 로힝야 난민 캠프를 공격하면서 봉쇄가 시작된 것이다.

제디핀 마을에서 아직 유혈 사태가 발생하지 않았을 뿐 이웃 마을에서는 이미 폭력이 난무하고 있다. 지난달 29일 제디핀 마을에서 약 3.2㎞ 떨어진 로힝야 촌락 닐람보 주민 3명이 참수된 채 발견됐고 이어 4일에는 또다른 로힝야 마을인 라자르 빌에 보안군과 불교 극단주의자들이 반군 혐의자를 잡겠다며 들이닥쳐 주민 600여명과 대치하는 상황으로 이어졌다. 이 과정에서 군의 발포로 주민 5명이 중태에 빠졌고 6명은 체포됐다.

제디핀 안팎의 상황이 일시적인 충돌처럼 비춰질 수 있으나 점차 미얀마 정부가 주도한 면밀한 전략으로 의혹을 제기 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로힝야족 피해 상황을 집중 포착해 온 ‘아라칸(라카인주의 다른 말) 프로젝트‘의 크리스 리와 국장은 현재 미얀마 당국의 대(對) 로힝야 작전을 “포컷(four-cut) 전술의 부활”이라고 설명했다. ‘4가지를 끊는다’는 뜻의 포컷은 대상 주민을 통째로 강제 이주시키거나 특정 공간 안에 봉쇄해 식량과 자금, 정보, 반군모집 기반을 차단하는 전술을 말한다. 1978년 ‘킹 드래곤’ 작전으로 로힝야족 약 25만명을 방글라데시로 처음으로 축출했을 때 등장한 포컷 전술이 다시 등장해 로힝야족을 심각하게 위협하고 있다.

이유경ㆍ국제분쟁전문 저널리스트

이유경 국제분쟁전문 저널리스트
이유경 국제분쟁전문 저널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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