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에 사는 A(59)씨는 지난 4월 B(47)씨를 사기 혐의로 서울 송파경찰서에 고소했다. 올해 초 지인 소개로 알게 된 B씨로부터 “대형마트 운영 등 유통사업을 함께해 돈을 벌자”는 제안을 받아 승낙했는데, B씨가 사업수익 분배는커녕 자신이 내준 신용카드로 수백만원을 결제한 뒤 이를 갚지 않은 채 연락이 끊겼단 이유에서다.
A씨는 물론 경찰과도 연락이 닿지 않던 B씨는 최근 자신이 경찰 수배선상에 오른 사실을 알게 되자 스스로 경찰에 출두해 “조사를 받겠다”고 나섰다. B씨 자진 출두로 사건 조사는 급물살을 탔고, 피해 구제를 고대하던 A씨 등 피해자 두 명은 지난 4일 B씨와 대질 조사를 위해 경찰서를 찾았다.
그러나 A씨의 한 순간 오판으로 오랜 기다림 끝에 성사된 B씨와의 대질 조사는 이뤄지지 못했다. 사연인즉슨 조사실에 들어선 A씨가 먼저 자리에 앉아있던 B씨를 보자마자 분을 이기지 못 한 채 뺨 두 대를 때린 것.
경찰에 따르면 A씨는 그 자리에서 현행범으로 체포됐고, 사기 사건에 대한 조사는 일단 연기됐다. 폭행 피의자가 된 사기 피해자 A씨는 “사기 피해로 주변에 돈 빌리러 다니던 기억, B씨로부터 ‘당신도 신용불량자 만들 수 있다’고 협박 당한 기억이 떠올라 참을 수 없었다”며 후회했지만 이미 엎질러진 물. 경찰은 A씨를 폭력 혐의로 불구속 입건해 조만간 검찰에 송치할 예정이다. 경찰은 ”폭력 사건과 별개로 앞서 접수된 사기 사건에 대해서도 계속 조사를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형준 기자 mediaboy@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