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0억원대 비자금을 조성해 빼돌린 뒤 로비자금 등에 사용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이창배(70) 전 롯데건설 사장에게 1심에서 실형이 선고됐다.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던 이 전 사장은 이날 법정구속 됐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4부(부장 김상동)는 11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 등 혐의로 기소된 이 전 사장에게 징역 2년과 벌금 16억원을 선고했다. 같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하석주(59) 롯데건설 대표 등 임직원 3명에게는 무죄가 선고됐다.
이 전 사장은 2002년 1월부터 2013년 4월까지 73개 하도급업체에 공사대금을 부풀려 지급한 뒤 돌려받는 수법으로 비자금 302억원을 조성하고 이를 빼돌려 로비자금 등에 사용한 혐의를 받았다. 하도급업체에서 돌려 받은 공사대금을 세무당국에 신고하지 않고 2008년 3월부터 2014년 3월까지 25억원의 법인세를 포탈한 혐의도 받았다. 법원은 이 전 사장 혐의 중 업무상 횡령 부분은 무죄로 판단하고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조세범처벌법위반 혐의만 유죄로 보고 실형을 선고했다. 비자금 중 상당 부분이 회사이익을 위해 쓰였을 가능성이 커 업무상 횡령으로는 볼 수 없다는 취지다.
재판부는 “조세포탈 범행은 경제 약자인 하도급업체들로부터 건설산업기본법령이 보장하는 정당한 이익을 가로채는 행위”라며 “하도급업체에게 롯데건설이 납부해야 할 세금까지 사실상 전가해 고통을 줬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경제적 이해관계에 따라 행동하는 것만을 최선으로 여기는 기업가에게 법을 위반하는 그릇된 관행으로 회귀할 유혹을 차단하기 위해 비자금 조성에 수반되는 조세포탈 범행을 엄정하게 단죄할 필요성이 있다”고 밝혔다.
김민정 기자 fac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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