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국내 유일한 게임 음향 녹음실
엔씨소프트 ‘사운드 스튜디오’ 가 보니
40개 방음실, 5.1채널 믹싱룸 갖춰
타격음 등 게임 맛내는 소리공장
#2
사운드실장 “게임도 종합예술”
개발비 5~7%까지 쓰여
8일 경기도 분당 엔씨소프트 본사 지하 2층 폴리스튜디오에는 게임의 다양한 음향 효과를 구현하기 위해 쓰이는 각종 물건들이 잡다하게 늘어져 있다. 엔씨소프트 제공

깨진 벽돌부터 시멘트 칼, 모래판, 맨홀 뚜껑, 자동차 문짝과 보닛까지 온갖 잡동사니들 어지럽게 널려 있는 한가운데에 떡 하니 마이크가 서있다. 공사장인지 폐차장인지 종잡을 수 없는 이곳은 게임 사운드가 탄생하는 ‘소리 공장’이다. 배달 철가방의 손잡이를 걸레 짜듯 꽉 쥐면 깡통 로봇이 움직이는 소리가 나고 문고리를 이리저리 돌리면 영락없이 총을 꺼내는 소리다. 이 스튜디오의 일등 공신은 바이올린 활인데 시멘트 칼에 대고 문질렀더니 검에 달빛이 반사돼 빛나는 음향효과가, 재래식 종을 그었더니 칼을 뽑는 소리가 구현됐다.

지난 8일 경기 성남시 분당구 엔씨소프트 본사 지하 2층 폴리스튜디오에서 만난 폴리 아티스트 박준오 씨는 “감자탕 집에 가서 먹고 난 뼈들을 꼭 포장해오는 것”이 남다른 직업병이라고 했다. “게임 속에서 해골이 부서지는 소리를 내는 데는 감자탕 뼈를 뿌리는 게 최고”라는 게 그 이유다.

폴리는 각종 음향 효과를 가리키는 영화 전문용어다. 폴리 전용 녹음 스튜디오를 보유하고 있는 게임사는 국내에서 엔씨소프트가 유일하다. 바로 옆 방에 자리한 5.1 채널 영상 사운드 믹싱룸도 게임 업체 중에선 엔씨소프트가 처음 들여왔다. 건물 4층에는 작곡가 등 개별 음악 전문가들이 쓰는 개인용 방음 스튜디오 40개가 들어서 있는데, 150명 정도가 일할 수 있는 한 층을 50명에게 내줬다.

경기도 분당 엔씨소프트 본사 건물 4층에는 방음이 되는 개별 스튜디오 40개가 들어서 있다. 이곳에서는 작곡가 등 음악 전문가 50명이 게임 배경음악 등을 만들어 낸다. 엔씨소프트 제공

엔씨소프트가 ‘소리’에 적극적으로 투자하는 이유는 사운드가 게임의 몰입도를 높여주는 핵심요소이기 때문이다. 송호근 엔씨소프트 사운드실장은 “게임 사운드의 기본적인 역할은 정보 전달”이라며 “’점프했다’ ‘아이템을 먹었다’ 등과 같이 게임 이용자가 인지해야 하는 정보들을 소리로 표현해서 알려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게임 그래픽 등의 사양이 높아지고 정교한 이야기가 담기면서 사운드 고도화도 필수적으로 동반된다. 과거에는 점프 상황의 사운드가 ‘뿅’으로 단순하고 상징적인 수준에 그쳤다면 이제는 뛰어오를 때의 옷깃 소리, 기합까지 사실적으로 묘사하고 또 감성적으로 연출해야 한다. 자연스럽게 투자 규모도 늘었다. 점점 사실화하는 게임의 시각적 요소를 청각으로도 받쳐주기 위해 폴리 스튜디오뿐 아니라 숲속이나 기찻길 등 현장에 직접 가서 소리를 따오는 ‘로케이션 레코딩’ 투자도 늘어나는 추세라고 한다. 그는 “10년 전만 해도 국내 게임사들은 전체 개발비의 2% 내외를 사운드에 투자했는데 요즘에는 비용과 인력 모두 5~7% 이상 투자되고 있다”고 소개했다.

엔씨소프트에서 개발하는 게임의 사운드를 책임지고 있는 송호근 엔씨소프트 사운드실장. 엔씨소프트 제공

“게임도 영화와 같은 종합예술”이라는 게 송 실장의 신념이다. 분량과 줄거리가 정해져 있어 전체적인 관점에서 접근할 수 있는 영화와 달리 게임은 이용자의 행동에 따라 수천, 수만 가지의 변수가 생기는 점을 고려하면 영화보다 더 정교하고 예측하기 힘든 예술로 볼 수도 있다.

게임 속 고유한 사운드의 가치가 얼마나 될까 묻자 “금액으로 계산할 순 없다”는 송 실장은 “콜라 광고에서 병 따는 소리를 듣고 콜라가 마시고 싶다면 사운드가 게임 지적재산권(IP)에 기여하는 바가 얼마나 큰지 조금은 이해할 수 있을 것”이라고 웃으며 말했다.

맹하경 기자 hkm07@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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