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거리공원에서 연예인 불러 충남농업경영인대회 치러
특별재난지역 시민 “상처에 소금 뿌린 격”
“수해복구가 한창인데 옆에다 연예인 불러 춤판을 벌인 충남지사와 천안시장의 사려 깊지 못한 결정은 상처에 소금을 뿌린 것이나 다름없슈”
지난달 폭우로 533억원의 피해를 입고 특별재난지역으로 지정된 충남 천안에서 충남도와 천안시가 ‘제15회 충청남도농업경영인대회’를 열고 연예인 공연과 불꽃놀이 등 ‘놀자판’ 을 펼쳐 빈축을 사고 있다.
10일 충남도와 천안시에 따르면 9일부터 이날까지 천안시 삼거리공원일원에서 ‘제15회 충청남도농업경영인대회’를 치렀다.
9일 밤 개막식에는 별밤영화제 및 연예인들의 축하공연, 불꽃놀이 등을 화려한 공연을 펼쳤다. 10일에는 지역농산물 아침밥상차리기, 팔씨름 등 체육행사와 시ㆍ군 노래자랑, 농특산물 및 농기계, 자재전시, 농특산물 알뜰경매장 등을 열었다.
대회는 농업경영인의 농업기술 공유와 화합을 위해 2년마다 도내 시ㆍ군을 돌면서 치르고 있다.
올해 대회비용은 천안시와 충남도가 각각 시비 1억7,000만원, 도비 5,000만원을 지원하고 농업경영인협회 자부담 2,000여만원 등 2억5,000만원이 들었다.
개막일 대회에 참석한 안희정지사는 농업경영인에게 상장 등을 수여하고 축사를 했다.
그러나 지난달 발생한 수해가 진행중인 시점에 먹고 노는 행사는 적절치 않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시민들은 행사를 수해복구 완료 이후로 연기 하거나 개최지역을 변경했어야 했다는 지적이다. 연기와 변경이 어렵다면 행사를 축소하거나 수해농민을 위로하는 행사로 전환했어야 했다는 것이다.
특히 예산의 대부분을 지원한 천안시의 대응이 아쉽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시가 지원한 예산의 대부분이 연예인 출연료와 무대 설치, 불꽃놀이 비용 등에 사용된 것으로 알려졌다.
시민 김모(39ㆍ천안시 원성동)씨는 “수해복구가 한창인데 코앞에서 잔치판을 벌인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말했다. 수재민 김모(27ㆍ천안시 병천면)시는 “행사 비용의 대부분이 연예인 섭외와 무대설치, 불꽃놀이 등 소모성 비용으로 쓰인 것으로 알고 있다”며 “이런 행사에 돈을 지원해준 천안시가 한심하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천안시 관계자는 “시가 주관한 행사가 아니기 때문에 일정이나 행사내용에 대해 조율할 수 없었다”라며 “일부 행사를 앞두고 부적절하다는 여론을 주최 측에 전달했지만 문제 될 것 없다는 답변을 들어 계획대로 진행한 것 뿐”이라고 말했다.
이준호 기자 junhol@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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