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사설] 왜 '우리 사람은 프리패스ㆍ하이패스' 조롱을 자초하는가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사설] 왜 '우리 사람은 프리패스ㆍ하이패스' 조롱을 자초하는가

입력
2017.08.10 19:19
0 0

임명 적절성 논란에 휩싸인 박기영 과학기술혁신본부장이 10일 자진 사퇴는 없다고 밝혔다. 노무현 정부에서 청와대 과학기술보좌관을 지내며 '황우석 줄기세포 사기'의 핵심 관련 인물로 지목된 데 대해서는 책임을 통감한다는 말도 덧붙였다. 뒤늦은 사죄와 함께 '구국의 심정'으로 과학기술계에서 일할 기회를 달라는 호소를 곁들였다. 역할이 중요하다지만 차관급 인사가 '입장'을 내고 그것이 주요 뉴스가 되는 상황은 여간 당혹스럽지 않다. 더욱 우려되는 것은 이번 인사의 파문이 100% 개인적 흡집에서 비롯한 것인데도 특정 세력의 음모쯤으로 보는 청와대의 시각이다.

박 본부장은 어제 기자간담회를 자청해 "황우석 사건은 모든 국민에게 실망과 충격을 안겨주었고 과학기술인들에게도 큰 좌절을 느끼게 했다"며 "당시 청와대에서 과학기술을 총괄한 사람으로서 전적으로 책임을 통감하며 이 자리를 빌려 사죄의 말씀을 드린다"고 말했다. 이어 "특히 황 박사의 사이언스지 논문에 공동저자로 들어간 것은 제가 신중하지 못했던 것으로 깊이 반성한다"고 밝혔다. 그는 또 "사건 당시에는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었기에 매 맞는 것으로 사과를 대신했다"며 "이후에도 제대로 사과하고 용서를 구하고 싶었으나, 기회를 만들지 못해 지난 11년간 너무 답답했고 마음의 짐으로 안고 있었다"고 말했다.

그의 사죄와 반성을 폄하할 생각은 없다. "(김대중 노무현 정부에서 자리잡아 가던) 과학혁신 체계가 지난 (이명박 박근혜 정부) 9년간 무너지면서 기술경쟁력이 급락했다"는 그의 주장과 "구국의 심정으로 일할 기회를 준다면 혼신의 노력을 다하고 일로써 보답하고 싶다"는 호소도 사실일 것이다. 그는 이날 과학기술계 원로와 기관장, 관련 협회 주요인사를 동원했다. '한국 과학기술의 부고(訃告)를 띄운다' '박기영은 정말 아니다' 등의 극한 표현으로 자신을 반대하는 세력 못잖게 찬성하는 세력도 많음을 과시하고 싶었던 듯하다.

그러나 이런 행태 자체가 박 교수의 임명이 왜 부당한지, 문재인 정부를 지지한 동종업계가 '정치성 논란'을 무릅쓰며 줄지어 반대성명을 내는지, "그도 속았다"며 변호에 급급한 청와대의 인식이 얼마나 안이한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무엇보다 연간 20조원을 넘는 연구개발 예산을 주무르며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이끌기에는 역량과 윤리성이 부족하다는 평판 이상으로 임명철회 명분은 뭐가 더 필요한가. 그런데도 '반개혁 세력의 음모' 운운한다면 과학계에 대한 모독을 넘어 국민에 대한 모독이다. 왜 '우리 사람은 프리패스ㆍ하이패스'라는 비아냥을 자초하는가.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