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측 “처음부터 결론 내놓고 협의”
1년여 내부 갈등 수습 못해 비판
서울대 시흥캠퍼스 사업 추진 문제를 해결하겠다며 학내 구성원을 망라한 협의회가 결국 빈손으로 막을 내렸다. ‘지성의 전당’이라는 서울대가 1년 넘게 지속된 내부 갈등조차 제대로 수습하지 못한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서울대는 10일 ‘서울대학교 시흥캠퍼스 관련 문제 해결과 신뢰회복을 위한 협의회’가 6차 회의를 끝으로 종료됐다고 밝혔다. 이날 호암교수회관에서 오전 9시부터 3시간 가까이 진행된 협의회에는 학교 본부 두 명과 교수 대표 세 명, 학생 대표 세 명(대학원 대표 포함)이 참석했다.
마지막 회의였지만 양측은 여전히 입장 차이를 좁히지 못했다. 학교 본부 측은 협의회 종료와 동시에 공사를 재개할 예정이라고 못 박았다. 이근관 기획처장은 “서울대와 국가 미래가 달린 사업을 일부 학생 반대로 접을 수 없다는 게 본부의 기본 방침”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본부 측은 사업 추진 과정에서 학내 구성원 의견을 고려하지 않는 등 여러 문제가 있었음을 인정하고, 학생 참여 확대 등을 약속했다.
이에 학생들은 학교 측이 처음부터 ‘사업 강행’이란 결론을 내놓고 협의회를 시작했다며 비판했다. 임수빈 부총학생회장은 “협의회 진행 과정에서 시흥캠퍼스 사업이 재정 계획이나 구체적인 내용이 없다는 사실을 확인했다”면서 “학생 징계 철회 등 신뢰회복을 위한 학생 요구는 안건에 상정조차 하지 않는 건 명백한 협의문 위반”이라고 날을 세웠다. 학교 방침과 달리 학생들은 시흥캠퍼스 실시협약 철회 입장을 계속 유지할 예정이다. 총학생회 관계자는 “징계 철회와 관련해서는 법적 조치까지 고려 중”이라고 밝혔다.
성낙인 총장은 협의회 종료에 따라 이르면 11일 담화문 형태로 입장을 발표할 예정이다. 협의회 진행을 맡았던 박태순 사회갈등연구소 소장은 “협의회가 학생과 대학 본부, 구성원 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물꼬를 텄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었지만, 한 달이라는 짧은 기간 동안 신뢰 형성이 부족해 논의가 충분히 진행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곽주현 기자 zoo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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