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최측근 이틀째 거친 발언
세큘로 “더욱 강력한 대처 필요”
군사 행동 일축했던 틸러슨측
“대통령 발언 나중에야 알았다”

미국의 핵무기 통제권을 갖고 있는 권력 핵심부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정점으로 하는 ‘대북 강경파’가 ‘온건파’를 압도하는 정황이 갈수록 뚜렷해지고 있다. 전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화염과 분노’에 못지않은 거친 발언이 9일(현지시간) 내내 백악관과 미 군부에서 쏟아진 반면, 긴장 수위를 낮춰 보려는 해명은 그대로 묻혀 버렸다.
이틀째 강경 분위기를 주도한 곳은 백악관의 대통령 최측근들이었다. 세바스천 고르카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부보좌관은 미국령 괌에 대한 북한의 미사일 발사 위협에 대해, “우리(미국)는 그냥 ‘슈퍼파워’가 아니라 이제 ‘하이퍼파워’를 갖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우리 메시지는 분명하다. 백악관을 시험하지 말아라"라며 "재래식 무기든 핵무기든 혹은 어떤 특수부대를 이용하든 우리 군사력에 도전할 수 있는 나라는 전 세계 어느 곳에도 없다"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개인자격 변호인인 제이 세큘로 변호사도 “북한 도발에 더욱 강력히 대처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러시아 스캔들’ 대응을 위해 트럼프 대통령이 고용한 세큘로 변호사는 자신의 트위터에 “대통령이 어제 북한에 매우 강력한 메시지를 전했다. 버락 오바마 정부의 대북 전략은 통하지 않았으며, 북한을 비핵화하기 위한 우리의 방식을 협상할 수 없다”고 대북 강경론을 주문했다.
평소 대북 정책에서 외교적 해법을 강조하던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도 이날은 북한 정권의 종말을 경고하고 나섰다. 그는 이날 성명에서 “북한은 정권의 종말과 국민의 파멸을 이끌 어떤 행동도 고려하는 것을 중단해야 한다. 북한은 스스로 고립하는 일을 멈추고 핵무기 추구를 그만두는 길을 선택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는 이어 “미국과 동맹국들은 지구상에서 가장 정확하고 잘 훈련된 튼튼한 방어력과 공격 능력을 보유하고 있다는 걸 북한은 알아야 하며, 북한이 (군사)행동에 나서면 극도로 압도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반면 전날 대통령 발언을 ‘외교적 언사’로 평가하고 대북 군사행동 가능성을 일축했던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 체면은 크게 손상됐다. 존 켈리 비서실장이나 NSC 참모들과는 달리 강경 발언을 사전에 알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대통령 발언을 유화적으로 해석한 것도 백악관과 교감을 거치지 않았음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헤더 노어트 국무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대북 정책에서 백악관과 국무부의 이견을 묻는 질문에, “입장 차이가 없다”고 강조하면서도 “틸러슨 장관은 트럼프 대통령 발언을 나중에 알았다”고 시인했다.
워싱턴=조철환 특파원 chch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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